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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수첩’ 직접증거 불인정..이재용에 유리할까 불리할까?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독대 내용이 기재돼있다는 이른바 ‘안종범 수첩’을 직접증거가 아닌 정황증거(간접증거)로 인정한 것을 두고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입증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는 애초에 두 사람만 알고 있는 것이어서 직접증거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단편적으로 판단해선 안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 부회장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 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6일 새벽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친 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면담에서 안종범 수첩 기재내용과 같이 말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진술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수첩에 내용이 존재한다는 자체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그와 같은 대화내용이 있었다는 간접사실로서의 정황증거로는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안종범 수첩이 직접증거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며 혐의 입증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러나 법조계 의견을 종합해보면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25일 열린 뇌물 혐의 18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버스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민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25일 열린 뇌물 혐의 18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버스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민규 기자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61), 이 부회장이 얽힌 ‘뇌물 사건’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 때 최씨 딸 정유라씨(21)에 대한 승마비용 지원과 삼성 승계 관련 편의 제공 청탁이 오갔다는 게 기본 골자다. 그러나 독대 때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진실을 아는 사람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단 두명 뿐이다. 독대 자리에 배석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독대 내용을 녹음한 파일이나 폐쇄회로(CC)TV 영상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직접증거로 삼을만한 자료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사건이 특이한 것은 아니다. 청탁은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에 뇌물공여자와 수수자 외에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뇌물 사건에서 직접증거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경우 재판부는 여러개의 간접증거들을 근거로 청탁이 있었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즉 안종범 수첩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를 했다는 사실, 독대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일련의 지시를 했다는 사실 등 간접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라고 본다면 오히려 안종범 수첩은 강한 증거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29일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3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지난 5월29일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3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삼성측은 안 전 수석이 자의적으로 수첩에 기재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안 전 수석 스스로가 법정에서 “대통령이 전화로 불러준 것을 적은 것”이라고 밝혔다. ‘수첩에 가필한 적이 있느냐’는 특검측 질문에도 안 전 수석은 “제 기억엔 없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전화 지시사항은 수첩 뒤에서부터 기재해 공식석상 발언을 수첩 앞에서부터 적은 것과 구별했다며 상세히 수첩 기재방식을 설명하기도 했다. 안 전 수석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수첩 내용 각각의 의미에 대해 “모르겠다”는 답변을 한 것은 맞으나 어디까지나 안 전 수석이 모른다는 것일뿐 실체적 진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선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뇌물 사건이 유사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뇌물을 공여한 STX그룹의 강덕수 대표이사와 뇌물수수자인 정 전 총장은 직접 만난 적도 없지만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강 대표이사는 업무상 현안에 대한 음성적인 혜택 및 이익을 기대해 돈을 주라고 했고, 정 전 총장은 각종 무기체계 획득사업 등 현안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는데도 돈을 받았다며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했다.

뇌물 사건 피고인들이 뇌물 공여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적도 많은데 이 사건에서 승마비용 지원은 모두가 인정한 상태라는 점에서 삼성측에 어려운 싸움이라는 해석도 있다. 남은 것은 승마비용이 과연 뇌물이었는지인데, 특검은 정 전 총장 사례에 비춰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쌍방의 이슈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가성이 있다고 한다. 삼성측은 승마선수 육성을 위한 정당한 지원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신빙성이 있는지는 재판부가 판단할 몫이다.

관건은 삼성측 피고인 5명 각각의 진술이다. 각자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단 사장은 특검에서 이 부회장이 독대 때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승마 해외전지훈련 관련해 질책을 들었는데 눈빛이 ‘레이저 빔’ 같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압력을 받았고 불이익을 입을 것이 두려워 뇌물을 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박 전 사장은 지난해 검찰에서는 “(최씨 측근의) 정유라씨 후원 요청을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설명했다”며 “장 전 사장이 ‘어쩔 수 없다. 사고가 나지 않게 잘 진행하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 전 사장은 “그런 말한 적 없다”며 ‘정씨 지원은 박 전 사장 단독으로 결정했다’는 취지로 박 전 사장과 배치되는 진술을 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피고인 각각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보면 앞으로의 재판에서 부딪히는 입장을 내보일 수밖에 없다”며 “안종범 수첩이 정황증거로 인정됐다고 해서 무조건 혐의 입증이 어려워졌다고 보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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