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첫 해외 군사기지인 동아프리카 지부티의 보급기지가 공식 출범했다. 중국은 현지에 파견된 인민해방군이 평화유지 임무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했지만 중국 군사력의 확장을 경계하는 미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해군이 11일 오전 광둥(廣東)성 잔장(湛江)의 군사항구에서 ‘인민해방군 해군 지부티 보급기지 출정식’을 했다고 신화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출정식을 마친 해군 장병들은 지부티 동부의 오복에 있는 기지로 향했다. 초대 사령관에는 43세의 량양(梁陽) 전 해군 대변인이 임명됐다. 호위함 창저우함의 초대 함장과 해군사령부 작전부부장 등을 거친 량 사령관은 영어에 능통하며 2004년 유엔 군사감시관에 임명돼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등 49개 국가에서의 평화유지군 활동을 지원한 바 있다.
중국군은 지부티 기지가 소말리아 해적 단속, 유엔 평화유지활동 협력, 인도적 지원과 재외국민 보호 등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갈수록 늘어나는 중국군의 해외활동을 지원하는 전초기지로 보는 관측이 많다.
소말리아와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에 둘러싸인 지부티는 인구 90만명, 면적 2만3200㎢의 작은 나라다. 홍해와 아덴만이 만나는 길목, ‘아프리카의 뿔’에 자리하고 있어 아시아-중동-아프리카를 잇는 요충지이다. 미국·프랑스·일본 등도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추진 중인 육상·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에너지루트 확보전략인 ‘진주 목걸이’ 구상에 필수적인 곳이다. 그래서 중국은 지부티 군사기지를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미국은 한껏 예민해져 있다. 2014년 지부티가 중국 해군과 항구 사용협정을 맺었을 때에도 미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군 아프리카사령부의 턱밑에 중국 기지가 생긴 꼴이기 때문이다. 미군 르모니에 기지와 중국군 기지는 불과 6㎞ 거리다. 지난 4월 토머스 월드하우저 아프리카사령관은 미 의회에 출석해 “중대한 안보상의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며,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점을 지부티 정부에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평화유지 병력은 2000명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지부티 기지 출정을 계기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해외기지가 출범한 것은 처음이지만 군사·안보 부문에서 중국의 해외활동은 이미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외교안보 전문매체 더디플로맷은 중국군이 5년 전부터 라오스, 미얀마, 태국 등 메콩강 일대에서 범죄 소탕 작전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는 중국 경찰이 현지 경찰과 협력해 인신매매 조직 수사에 나섰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남수단, 에티오피아에서는 중국 민간군사회사(PMC)들이 보안 경비와 대테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군사적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지부티 기지를 얻기 전 중국은 지부티와 에티오피아를 잇는 수도관 사업에 3억2200만달러(약 3700억원), 철도 건설에 4억9000만달러(약 5610억) 등을 지원했다. 영국 BBC는 “중국은 2015년 남수단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등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에서의 군사활동을 늘려왔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려에 중국은 불쾌한 기색이다. 환구시보는 ‘지부티 기지를 깔보지도, 과장하지도 말라’는 사설을 싣고 “이 기지의 공식 명칭은 보급기지이며 군사기지가 아님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서방 언론들이 지부티 기지를 인도양의 군사 전초기지인 양 보도하는 것은 일종의 상상”이라며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은 자국의 안전보장을 위해서이지 세계를 지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