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renegotia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어법은 부정확하다. 한·미 FTA는 2012년 3월15일에 발효됐는데 발효 이전에 협정문을 고치면 재협상, 발효 이후에 협정문을 고치면 개정(amendment) 협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0년 한국에 협정문 중 자동차 분야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고 그해 말 협상이 타결됐다. 이 협상은 한·미 FTA 발효 이전이기 때문에 재협상에 해당한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재협상 대신 ‘추가협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고 공언했던 만큼 재협상이라는 표현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한국은 한·미 FTA 공동위원회 소집을 요청하는 미국 측 서한을 13일 접수했다. 향후 미국 요구에 따라 한·미 FTA 수정에 대한 협상이 이뤄진다면 이는 개정 협상에 해당한다. 이미 한·미 FTA가 발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개정 협상을 현대화(modernization)라는 표현으로 톤다운하기도 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지난 5월 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의사를 의회에 전하는 서한에서 “체결한 지 25년이나 지나 낡은 NAFTA를 시대에 맞게 현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