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은 매주 지면을 통해 정치인, 명사, 지식인들이 꼽은 그들의 ‘인생의 책 5’를 소개합니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고민될 때 이들의 추천을 참고하는 건 어떨까요. 이 카드뉴스는 주철환 교수가 경향신문에 연재한 「주철환의 내 인생의 책」을 토대로 제작되었습니다.
주철환이 뽑은 내 인생의 책5, 제작 김유진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정치인, 명사, 지식인들이 꼽는 그들의 ‘인생의 책 5’를 소개합니다.
주철환 교수가 경향신문에 연재한 「주철환의 내 인생의 책」에서 일부 발췌 및 각색하였습니다.
셰익스피어에게 묻다, 저자 조지 와인버그 외. 책 한 권이 방바닥에 놓여 있었다. 분명히 그건 ‘운명’이 굴러들어온 거였다. 펼치니 재미있는 이야기로 꽉 차 있었다. 셰익스피어였다.
나는 그 책을 닳도록 읽었다. 적잖은 책이 시간을 훔치는 도둑이라면 진짜로 좋은 책은 인생을 리메이크한다. 거기서 햄릿도 만났고 로미오도 만났다. 리어왕은 불쌍했고 맥베스는 불행했다. 비극의 탄생과 종말을 아주 가까이서 목격했다.
이 책은 약은 아니고 약방문 같은 책이다. 이 책만 읽고 셰익스피어를 읽지 않는다면 설명문만 읽고 약은 복용하지 않는 거랑 비슷하나, 그럴 가능성은 적다. 좋은 영양제를 안 찾아 먹으면 손해라는 걸 바로 알게 될 터이므로.
죽은 시인의 사회, 저자 N.H.클라인바움. 연기자 최민수는 내 후배 겸 제자다. 방송에 함께 출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에 비유했다.
언감생심이지만 조금은 닮은 점도 있다. 모교에 부임한 선배이자 국어 담당교사, 전통적인 교사상과는 거리가 있는 행보, 결국은 학교를 떠나게 되는 운명 등.
오늘도 교실에선 적성을 성적으로 바꿔 읽는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틀에 박힌 삶을 강요받는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야기다.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저자 제임스 듀이 왓슨. 이리저리 이사 다닐 때면 책꽂이를 비우기 한 달 전쯤 ‘분양’ 공고를 낸다. 그러나 몇 권의 책들은 분양리스트에서 빠진다.
이 책은 제목이 좋아서 살아남았다. 살면서 지루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던가. 재미있게도 지은이는 노벨상을 받은 세계적인 과학자다.
현명한 사람도 휴식이 필요하다, 가르치면서 자신은 더욱 발전한다, 경쟁자들과 영광을 함께나누어라 등 관리자가 된 전문가들이 귀담아들으면 좋을 조언들이 수두룩하다.
다른 길, 저자 박노해. MBC <퀴즈아카데미>를 연출할 때, 저자인 박노해는 감옥에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문제(problem)가 문제(question)로 나오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박노해가 지은 <노동의 새벽>을 여러 차례 문제로 냈던 것도 연장선상이었다.
시간은 흘렀고 난 그의 출판기념회 겸 사진전시회의 초대장을 전해 받았다.‘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그가 직접 찍은 흑백사진들, 그리고 궁핍함조차 감사하며 사는 착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 박노해
세계 곳곳에 자급 자립하는 삶의 공동체, 이른바 ‘나눔 농부마을’을 세우는 게 그의 목표다. 초록색 표지에 씌어있는 제목은 ‘옳은 길’이 아니다. ‘의로운 길’도, ‘외로운 길’도 아니다. 그저 ‘다른 길’이다.
당신은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입니까, 저자 스테판 B. 폴터. 나는 한마디로 ‘못된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여섯 살 때 서울로 올라왔다. 아버지는 이따금 나를 보러 오셨지만 대화의 기억은 없다. …자존심 강했던 아버지는 술과 함께 사시다가 결국은 술과 함께 돌아가셨다.
불효막심이던 내가 후회막심이 된 건 내게 아들이 생기면서부터다. 보이지 않던 아버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무뚝뚝함이 사실은 미안함이었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는 처지가 역전됐다.
저자는 경찰관, 고등학교 상담교사를 경험한 심리학자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득’한다. 그 역시 친아버지는 ‘부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버지 역할을 해준 두 사람이 존재했기에 자신은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