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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는 끔찍한 거래"...트럼프가 연일 한미FTA 재협상 강조하는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방문 길에 오르기 위해 워싱턴 백악관을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방문 길에 오르기 위해 워싱턴 백악관을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재협상인가 아니면 개정 또는 수정인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정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것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협상’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USTR은 개정이나 수정을 위한 공동위원회라고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의 계속되는 재협상 발언에는 미국에 불리한 협정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프랑스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문답을 하면서 한·미 FTA를 “끔찍한 거래”라고 지칭하며 한국과의 협상을 통해 이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북한에 대한 중국 역할을 추동하기 위한 카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간단하다. 난 무역이라고 답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중국과 가장 나쁜 거래를 하고 있다. 한국과도 나쁜 거래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과 협상을 막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한국을 보호하고 있지만 무역에서 한해에 400억 달러를 잃고 있다”며 “거래가 막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 FTA 추진한) 클린턴(전 국무장관)은 미국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돈을 벌 수 있다고 했지만 우리는 일년에 400억 달러를 잃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건 끔찍한 거래”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는 어제(11일)부로 한국과 재협상을 다시 시작했다”며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이 발언은 당초 비보도를 전제로 진행됐지만 이례적으로 백악관이 전문을 공개했다.

트럼프가 한·미 FTA를 재협상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한·미 FTA 재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2일(현지시간) 한국 주형환 산업통상부장관에게 보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서한. USTR 홈페이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2일(현지시간) 한국 주형환 산업통상부장관에게 보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서한. USTR 홈페이지

하지만 재협상은 정확한 용어는 아니다. 재협상이라는 용어는 협정이 발효된 이후는 사용할 수 없는 표현으로, 개정 협상이 정확한 표현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13일 세종청사 브리핑에서 “협정문상의 용어는 개정(amendment)과 수정(modification)이며 재협상(renegotiation)은 없는 단어”라고 밝혔다.

미국 USTR도 재협상이 아닌 개정이나 수정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전날 한국 주형환 산업통상부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산하 특별 분과 개최를 요구하면서 그 목적이 “가능한 개정과 일부 수정을 포함해 협정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적시했다.

미국 통상 전문매체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13일(현지시간) “미 의회와 관련 업계는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화나게 할 수 있는 한·미 FTA의 완전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을 우려했다”며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한국에 공식으로 전달한 서한의 표현이 이들을 진정시켰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미국의 공동위원회 개최 요구가 한·미 FTA를 다시 (협상)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USTR은 애초 트럼프의 끊임없는 한·미 FTA 재협상 주장에 따라 개정 대신 재협상을 요구할 예정이었다고 복수의 인사를 인용해 전했다. 하지만 USTR이 당초 계획과 달리 재협상 표현을 서한에 담지 않은 것은 한국 정부의 반발을 우려하는 의회의 담당 상임위원회인 하원 세입위와 상원 재무위와 부딪히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30일 트럼프의 한·미 FTA 재협상 발언 이후 의회에서 반론이 제기됐다. 당시 공화당 소속의 케빈 브래디 하원 세입위원장은 즉각 성명을 내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로 거대한 아·태 지역에서의 미국의 부재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마당에 한·미 FTA 재협상 결정을 한 것은 당황스럽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도 “한·미 FTA의 유의미한 모든 협상은 반드시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라 의회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정부는 조속히 한·미 FTA 개선 계획에 대해 의회와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트럼프가 연일 한·미 FTA를 비판하며 재협상을 강조하는 것은 개정이나 수정이란 단어보다 자극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한·미 FTA 개정도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강조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현재의 한·미 FTA가 한국에 유리하고 미국에 극히 불리한 것처럼 인식시켜 실제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실리적 계산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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