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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로 느끼는 시간의 질감

입력 2017.07.17 21:14

수정 2017.07.1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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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용 작품전 ‘컨티뉴엄’

목활자에 안료·돌가루 등 반복 작업 ‘옛것의 감성’ 표현

이진용의 ‘Type Series(활자 시리즈)’, 혼합매체, 가변 크기. 학고재갤러리 제공

이진용의 ‘Type Series(활자 시리즈)’, 혼합매체, 가변 크기. 학고재갤러리 제공

오랜 시간의 흔적이 각인된 ‘옛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크고 작은 미술품이나 공예, 고서 등이 지닌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를 넘어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닳고 낡은 상처, 소소한 세월의 때가 묘하게 정서적 평안함이나 정신적 고양감을 안긴다는 것이다. 물방울로 뚫어진 바위, 수많은 이들의 간절한 손길로 매끈하게 닳은 석조물, 파인 천년고찰의 나무 계단이나 고택의 문지방 등에서 느끼는 감성이다.

작가 이진용(56)은 극사실적으로 낡고 오래된 옛 고서 이미지를 표현해온 작가다. 한 치의 틈도 없이 꽉 채워진 고서들의 캔버스에서는 응축된 시간,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다.

실제 목활자 등 갖가지 골동품 수집가이기도 한 그가 ‘컨티뉴엄(CONTINUUM)’이란 주제의 작품전(학고재갤러리)을 열고 있다.

3년 전 시작한 ‘Type Series’(활자 시리즈)를 중심으로,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Continuum Series’(컨티뉴엄 시리즈), 기존 고서 연작의 신작인 ‘Hardbacks Series’(책 시리즈) 등 모두 220여점이 출품됐다.

‘활자 시리즈’는 이진용 작가의 작업태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은 활자 수백여개가 모여 프랙털 구조를 이룬 작품은 독특한 질감과 색감을 바탕으로 수백여년의 시간이 녹아 있는 듯 표현됐다.

끝없이 반복되는 노동과 정신적 집중력 덕분이다. 그의 작업은 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가 점차 희미해지는 세태 속에 노동의 가치, 아날로그적 작업의 미학을 떠오르게 한다. 작업은 자신이 소장한 중국 목활자를 판에 붙여 본을 뜨는 것으로 시작해 그 판본에 흙과 서로 다른 색깔의 안료·염료를 넣어 굳힌다. 굳어지면 수성 에폭시를 부어 20일 정도 말린 후 돌가루를 뿌리고 헹궈내기를 여러 번 반복한다. 오랫동안 먼지가 쌓인 것 같은 질감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고는 활자들에 광을 내며 마무리한다.

‘컨티뉴엄 시리즈’는 일본과 독일에서 구한 골동품 ‘에도시대 부엉이 향로’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나 자신이 소장한 옛날 열쇠 등 소장품의 모형을 수십여개 뜬 뒤 이를 땅에 묻고 꺼내는 작업을 반복해 응축된 시간을 드러낸다.

‘책 시리즈’ 신작은 캔버스가 아니라 패널에 세필 붓으로 반복 작업을 해 동서양 고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진용 작가는 이번 학고재갤러리와 동시에 영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폰톤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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