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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여자오픈과 FTA 재협상 ‘꼼수’

입력 2017.07.18 11:22

수정 2017.07.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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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한국시간) 오전 제72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박성현(24)의 우승 소식이다. 사실 팬들을 더 놀라게 한 건 준우승자인 아마추어선수 최혜진(17)은 물론 ‘톱10’ 안에 한국 여자골퍼들이 8명이나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모습을 경기가 치러진 골프장인 미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의 주인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US여자오픈이 아니라 ‘한국여자오픈’이었다는 비유가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72년 역사에 가장 많은 55명이 출전한 미국 선수들은 한명도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이 장면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갑작스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카드를 던진 트럼프의 모습과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이번 US여자오픈은 미국 자동차 산업을 연상케 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나온 트럼프로선 머쓱해졌을 법하다. 트럼프와 ‘전면전’을 펴온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우선’을 설교하는 골프장 주인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했지만, 미국 골퍼들은 사상 처음으로 톱10 안에서 경기를 마치는 데 실패했다”고 비꼬았다. 트럼프로서는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격이다.

한국 여자 골퍼들이 득세하자 한때 한국선수 쿼터제라든지 제한규정이 거론되기도 한 모양이다. 불공정 게임이 설득력을 잃자 코스 거리가 점차 길어졌다고도 한다. 다수 동양인들이 상대적으로 비거리가 짧아 불리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김세영을 비롯해 이번에 우승한 박성현은 미국 선수 못잖은 장타자여서 이마저도 별다른 장벽이 되지 못한다. 자유경쟁체제의 단물을 한국 선수들이 만끽하는 중이다.

한·미 FTA 재협상 얘기는 협상 타결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론된 바 있다. 주된 이유는 역시 미국 자동차의 한국 판매량 저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기가 낮은 이유는 품질력 때문이란 게 자동차 업계나 애호가, 담당기자 다수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에 미국차의 판매량을 보장하는 쿼터제 또한 불공정 게임이어서 불가능한 해법이다. 덩치만 크고 연비는 낮고 잔고장까지 많다고 소문난 미국차가 수입차 시장에서 높은 품질력의 독일차, 일본차 등에 밀리는 건 당연한 이치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는 라운딩 도중 상대가 안 볼 때 슬쩍 공을 치기 좋은 데로 옮겨놓기도 한다고 전해졌다. 트럼프가 FTA를 한낱 자기 골프장에서 여는 동호회대회쯤으로 여긴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동차든, 철강이든 자유무역 시장에서 이런 반칙은 통하지 않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려면 억지를 써서 상대를 누르려는 무모한 짓은 애초에 놔두고 근본 해법을 찾는 게 현명한 지도자의 도리가 아닐까. 이 참에 한국 산업계도 ‘장타’로 업그레이한 여자골퍼들처럼 국산 자동차를 포함한 제분야에 경쟁력을 끌어올릴 체질개선책부터 고민해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공정한 게임의 룰’에 바탕한 여자골퍼들의 각고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성적표는 안 나왔을 테다. 산업계에도 과한 보호정책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국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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