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도봉 가보니

“새처럼 날아다녀. 떨어지면 ‘툭’ 소리가 나.”
지난 24일 서울 강북구 국립4·19묘지 입구 사거리 인근에서 치킨집을 하는 차모씨(55)는 매일 밤 벌어지는 ‘벌레 떼’의 습격을 이야기하며 손사래를 쳤다. 차씨는 “일주일 전부터 밤에 손바닥만 한 벌레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며 “문을 열어두면 가게 안으로 수십마리씩 날아들어 살아 있는 벌레를 쓰레받기로 퍼날랐다”고 말했다.
이날도 가게 야외 테이블과 벽에 약 6㎝ 크기의 흑갈색 벌레 10여마리가 붙어 있었다. 차씨는 “내가 직접 구청에 전화해 약을 쳐달라고 해 오늘은 그 수가 적은 것”이라고 했다. 가게 앞 도로에는 5~6m 간격으로 벌레 사체들이 발견됐다.
시민들은 ‘미끈이하늘소’라고 불렀다. 미끈이하늘소는 옛 이름이고, 정식 명칭은 ‘하늘소’(사진)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장수하늘소’와는 다른 종이다. 흑갈색 성충의 몸길이는 약 4~6㎝다. 등에는 회황색 짧은 털이, 아래쪽엔 긴 회색 털이 있고 머리에는 미세한 주름 모양의 점각이 있는 게 특징이다.
난데없는 하늘소 떼 출몰로 서울 강북·도봉구 일대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강북구 수유동 주민 박정심씨(59)는 “하늘소가 워낙 많이 날아다녀 사람과 부딪치고 차에 치이기도 한다”며 “27개월 된 손자 아이에게 피해가 없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정모씨(58)는 “밤에 길을 걷다 편의점에서 40~50마리가 떼지어 나오는 걸 봤다”고 했다. 수유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전모씨(25)는 “불빛을 보고 날아든 하늘소 때문에 손님들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밤길엔 주먹만 한 하늘소가 널려 있어 조심조심 까치발로 걷는 사람도 봤다고 했다.
남상호 대전대 생명과학과 교수(생물학)는 “하늘소는 참나무 속을 갉아먹는 해충으로 인근에 산이 있는 지역에서 자주 출몰한다”며 “가뭄이 심했다 비가 갑자기 많이 오는 등 기상여건 변화로 숲속 유충들이 대거 부화해 개체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