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대기업그룹과 함께 중견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오늘 청와대 만찬에 초청된 오뚜기는 2008년 이후 라면값을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갓뚜기’(GOD+오뚜기)라 불린다. 농심, 삼양 등 경쟁 라면업체들이 원자재비와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한 반면 오뚜기가 10년 전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27일 본지 확인 결과 오뚜기는 2008년 가격인상 후 진라면을 비롯해 스낵면과 참깨라면 등 주요 라면 제품의 출고가를 동결했다. 올해 역시 가격 인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비용 상승으로 인한 라면값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물가가 오르며 소비자 가격 부담감이 커진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것이 오뚜기 측의 입장이다. 그 비결은 크게 3가지다.
①가격경쟁력으로 시장점유율 늘려라
오뚜기는 가격경쟁력을 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즉 라면 등 주요 제품에서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늘려 왔다. 라면뿐 아니라 카레와 케첩, 마요네즈 등의 품목도 마찬가지다.이에 따라 오뚜기는 지난해 말 경쟁업체들이 라면 가격을 올린 것에 반사효과를 누리며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도 올릴 수 있었다. 2015년 20.5%에 머물렀던 오뚜기의 점유율은 지난해 23.2%로 오른데 이어 올 5월에는 25.2%까지 올라섰다.
라면값 동결은 기존의 가격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저항이 큰 라면 가격인상에 무리하게 동참하는 것보다 기존의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②다양한 상품으로 가격 동결 여력 충분
전체 매출 중 라면의 매출 비중이 80%대에 육박하는 농심과 삼양에 비해 라면 매출 비중이 20%대로 현저히 낮은 점도 가격 인상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이유다.
오뚜기는 라면과 국수, 당면이 포함된 ‘면류’뿐 아니라 마요네즈와 케첩류, 카레와 짜장 등 3분 요리와 레토르트 시리즈, 참기름과 식용유, 밥과 참치 등 다양한 식품 카테고리를 갖추고 있다. 특히 즉석 식품 위주의 상품군이 든든한 수입원으로 면류 매출에 부침이 있더라도 타 상품군에서 수익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는 구조다.
여러 상품군을 갖춘 덕에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의 유통채널에서 판촉활동을 벌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다는 점도 작용한다. 오뚜기 내 다른 식품군과 연계해 타 업체 제품 대비 큰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할인 유동성은 유통채널에 따라 라면 가격 변동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2013년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오뚜기 용기면 제품 5종의 가격이 50~100원까지 올랐던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오뚜기측은 “라면 출고가가 오른 것이 아니라 그동안 편의점에 15% 정도 할인된 가격에 납품하던 것을 7~8% 정도의 할인율을 적용하다보니 최종 판매가격이 오르게 됐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실질적 가격인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③라면을 직접생산하지 않는다.
오뚜기가 라면값을 동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라면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뚜기의 라면 제품은 함영준 회장이 개인 대주주(35.6%)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 오뚜기라면주식회사가 제조한다. 완제품을 매입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생산라인 가동에 필요한 설비보안, 인건비, 관리 등의 비용과 공장 가동률에 따른 부담이 없다.
특히 이 회사 매출의 99%가 모회사인 오뚜기에서 나온다는 점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형태를 띄고 있지만 오뚜기는 이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 돼야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 일가의 지분이 일정비율을 넘는 계열사와 거래시 일감몰아주기로 규제하기 때문이다. 오뚜기의 자산총액은 5조 이하로 이에 속하지 않는다.
![[팩트 체크]오뚜기 라면값, 10년 동결의 비밀](https://img.khan.co.kr/news/2017/07/27/l_201707260100360160028353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