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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문제는 ‘은산분리’

입력 2017.08.01 17:41

수정 2017.08.0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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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흥행에 논란 재점화…카카오·KT, 대주주로 참여 못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3일 퇴임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을 일일이 찾았다.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하는 법안 통과를 부탁하기 위해서다.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카카오뱅크 흥행으로 ‘은산분리 완화’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기업의 사금고화 방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친다. 기업 대출을 금지하거나 일정 규모까지만 느슨하게 적용하자는 대안도 나오고 있다.

은산분리란 은행법상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최대 4%(의결권 있는 지분)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말한다. 은산분리 규정은 1961년 10월 기업들이 소유하던 은행 지분을 환수하면서 나왔다. 경제개발을 빌미로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고객 예금을 ‘쌈짓돈’처럼 가져다 쓰지 못하도록 만든 규정이다. 이런 이유로 은산분리 규정 완화는 곧 ‘친재벌·친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사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모두 출범 초반에 도리어 ‘지나친 흥행’을 걱정해왔다. 은행들은 위험 자산 대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한다. 이에 따라 대출액이 늘면 자본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은산분리 규정하에서는 ‘자금줄’인 카카오와 KT가 대주주로 참여하지 못해 자본금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금보다 더 ‘혁신적’ 경영을 하려면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도할 수 있도록 지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요구한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는 카카오가 아니고 증권업을 위주로 하는 한국금융지주다. 케이뱅크의 대주주도 KT가 아닌 우리은행이다. 외양은 IT 기업이지만 정작 주인은 기존 금융권인 셈이다.

금융위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흥행’으로 은산분리 완화 여론이 높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전망은 사실 불투명하다. 금융위가 2년 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추진할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해주는 법안을 강하게 반대했다.

‘은산분리 완화’는 첨예한 문제여서 이견이 크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카카오뱅크 흥행으로 시대가 변했다”며 “은산분리가 지켜야 할 ‘조선시대 선비 정신’도 아니고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기업들이 돈 빌릴 곳이 없어서 쩔쩔매던 시대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윤 교수는 “동남아에 이미 한국 기업의 메신저가 퍼져 있기 때문에 여기에 인터넷뱅킹을 얹어 새로운 수출 모형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우려되는 면이 있다면 기업 대출을 금지시키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이 꼭 은산분리 완화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인터넷은행 성공은 기존 은행이 못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느냐 마느냐가 관건이지 은산분리 완화가 핵심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IT 기업이 주도하고자 한다면 꼭 소유하지 않더라도 다른 주주들에게 경영을 맡기면 된다”며 “대기업의 사금고화 방지 취지는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은산분리는 유지하되 자기자본 등을 일정 규모 이하까지는 예외로 적용하자는 대안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은행의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는 은산분리를 유지하는 게 맞지만, 혁신적인 금융기관 출현을 위해 일정 규모까지는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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