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탐방로 1.7㎞ 조성…서울시청 “내년 8월 개방”
일제강점기 서울 남산에 있었던 조선총독부의 모습. 부산박물관 제공
일제강점기 국권 침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서울 남산길이 역사 탐방로로 조성된다. 남산 예장자락은 1910년 8월22일 대한제국 총리대신 이완용과 한국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한·일 ‘강제병탄’ 조약에 조인한 한국통감관저, 1921년 의열단 단원 김익상이 폭탄을 투척한 조선총독부청사 등 국권 침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해방 이후에는 중앙정보부가 들어서 100년 가까이 쉽사리 다가갈 수 없는 곳으로 남아 있었다.
서울시는 한·일 강제병탄 등 아픈 역사를 담은 남산길 1.7㎞ 구간을 역사탐방로로 만들어 내년 8월 개방한다고 21일 밝혔다. 역사탐방로는 쓰라린 국권 상실의 현장을 기억하고, 상처를 치유하자는 뜻으로 ‘국치길’로 이름 붙였다. 국치길은 ‘ㄱ’자 모양의 로고를 따라 연결된다. 시 관계자는 “국치길을 상징하는 로고 ‘ㄱ’은 한글의 첫 자음이자 이 역사를 ‘기억(ㄱ)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국치길은 병탄조약이 체결된 한국통감관저 터에서 시작된다. 1910∼1939년 조선총독 관저로 쓰인 곳이다. 탐방로는 청일전쟁 승전 기념으로 일제가 세운 ‘갑오역기념비터’와 일제가 조선에 들여온 종교 시설 ‘경성신사터(숭의여대)’, 메이지 일왕을 제신으로 숭배하게 한 ‘조선신궁터(구남산식물원)’까지 이어진다. 남산의 숨은 역사를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역사 현장을 연계해 시대의 감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국치길 각 기점에는 ‘역사의 파편’을 재활용한 표지석을 세울 예정이다. 표지석은 덕수궁 인근 옛 국세청 별관 건물을 허무는 과정에서 나온 조선총독부 산하 체신사업회관 건물의 폐콘크리트 기둥으로 만든다. 탐방로가 완성되면 역사문화해설사가 동행해 남산의 역사와 문화, 인물에 대해 설명하고 역사 현장을 직접 탐방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07년 전 병탄조약이 체결된 국치의 날인 22일에는 독립유공자들과 국치의 현장을 함께 걷는 역사탐방 행사를 연다. 김구, 이회영, 윤봉길, 백정기, 장준하 선생 등 독립유공자 후손 30여명이 참석한다.
국치길을 기획한 서울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서해성 감독은 “국치의 현장을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걷는다는 것은 이 치욕의 대지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일”이라며 “길은 걷는 자의 몫이다. 새로운 100년을 걷기 위해 길을 출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