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에서 맹독성 농약인 DDT(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가 검출된 경북 경산과 영천지역 농가의 닭에서도 같은 성분이 나왔다. 당국은 해당 농가가 옛 과수원 부지에서 닭을 자유롭게 키워온 점을 들어 토양에 오염된 DDT가 닭의 체내로 들어갔을 가능성을 보고 조사하고 있다.
23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경북도 등에 따르면 정부의 산란계 농장 계란에 대한 전수검사에서 DDT가 검출된 2개 농장의 닭 12마리를 검사한 결과, DDT가 나왔다.

경산의 박모씨 농장의 경우 4마리 가운데 1마리에서 닭의 잔류허용기준치(0.3㎎/㎏)를 초과한 0.453㎎/㎏의 DDT가 나왔다. 영천의 이모씨 농장에서는 닭 8마리 가운데 1마리에서 0.410㎎/㎏의 DDT가 검출됐다. 두 농장의 나머지 닭에서는 기준치 이하인 0.050∼0.236㎎/㎏의 DDT가 검출됐다.
친환경 인증을 받아 계란을 생산해온 두 농가의 양계장은 예전에 사과나무와 복숭아나무를 키우던 곳에 만들어졌다는 점에 당국은 주목했다. 이들 농가는 그동안 닭을 키우는 과정에서 DDT 등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등 당국은 농장주가 닭을 자유롭게 풀어 키워온 점을 들어 닭이 오염된 흙에서 목욕을 하거나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DDT가 축적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전국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정부가 실시한 전수검사에서 이들 2개 농장의 계란에서 DDT가 나온 바 있다. 당시 DDT가 검출되기는 했지만, 계란의 잔류 허용 기준치(0.1㎎/㎏) 이하였기 때문에 생산된 계란은 일반계란으로 출하가 허용됐다. 하지만, 해당 농가들은 계란 출하를 자체 중단했다.
한국전 후 미국 등에서 들어온 DDT는 살충제로 무분별하게 사용되다가 1973년부터 금지됐다. 인체에 흡수되면 암 등의 증세를 일으키는 맹독성 물질이다.
당국은 반감기(체내에 들어온 물질의 양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기간)가 50년 정도로 아주 긴 DDT가 과수원 당시 뿌려진 뒤 지금까지 남아 있었을 것으로 본다.
이번 DDT 검출을 계기로 앞으로 땅 위에 닭을 풀어 키우는 ‘동물복지형’ 양계장을 만들 때는 토양의 잔류농약 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