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숙 데자뷔?…류영진 식약처장 경질론 봇물

정환보 기자
23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 있다. 앞 줄에 앉아 있는 이가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23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 있다. 앞 줄에 앉아 있는 이가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살충제 계란 파동에 미숙한 대처로 야당은 물론 여당과 국무총리로부터도 질타를 받은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58)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야당이 23일 일제히 류 식약처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여권에서도 류 처장을 엄호하거나 적극 방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류 처장이 ‘문재인 정부 1호 경질 인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여의도 안팎에서 공공연히 거론된다. 특히 미흡한 업무 파악, 국회에서 황당한 답변과 불량한 태도, 야당의 집중 포화, 여당의 수수방관이 모두 합쳐지면서 10개월 여만에 경질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총리가 짜증내…언론이 만든 말…(피식피식)”

살충제 계란 사태가 터진 지난 15일 이후 류 처장은 국회는 물론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도 질책을 받는 등 줄곧 비판에 시달려 왔다. 그 중에서도 22일은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류 처장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이 총리가 지난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자신을 공개 질타한 것을 두고 “총리께서 짜증을 내셔서…”라고 말했다.

농해수위 위원장 직무대행인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짜증이 아니라 (총리의) 질책 아닌가. 신중히 답변하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류 처장은 “(짜증과 질책은) 같은 부분이다”라고 답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이 “식약처장의 거취와 관련해 종용받은 일이 있느냐”고 하자 피식피식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홍 의원은 “지금 웃음이 나오느냐. 가소로운 질문이라고 생각하나”고 지적했다.

언론 탓으로 돌리는 발언도 두드러졌다. 류 처장은 “식약처가 오락가락한다고 하는 것은 언론이 만들어낸 말” “(국내산 계란에서는 피프로닐이 검출 안됐다는 본인의 발언은) 조그마한 신문 몇 군데만 지면 장식”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3일도 국회 보건복지위에 출석한 류 처장은 전날 본인의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류 처장은 “전날 충실하지 못한 답변으로 원활히 상임위가 진행되지 못해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여야 의원의 회초리를 피하진 못했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은 “식약처장에 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국무총리가 국민 불안에 대해 질책했는데 ‘짜증 냈다’고 발언을 하나”라며 “국민과 정부의 신뢰를 잃은 류 처장은 조용히 자진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류 처장은 답변 도중 “그동안 우리 직원들이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고, 박 의원은 “본인 잘못을 남에게 돌리느냐”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된다는 발표에 책임질 수 있느냐”라며 “신부전 환자나 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기준치보다 적은 살충제가 들어간 계란을 먹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도 “몇 개까지 먹어도 안전하다는 발표가 꼭 필요했느냐”라며 “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괜찮다는, 그런 믿을 수 없는 발표를 해서는 안 된다”고 따졌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해임·경질·사퇴론 분출…“신적폐·부산 최측근·국민이 짜증”

야 3당은 23일 오전 각 당 회의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류 처장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류 식약처장은 살충제 계란 사태 파악도, 모니터링도 하지 않았지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했고 어제 상임위에서는 코미디를 했다”면서 “책임총리답게 식약처장을 해임건의안 1호로 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류 처장의 국회 답변 태도에 대해서는 “신 적폐 사례”로 규정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도 비대위 회의에서 “류 처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최측근 중 하나로 알려졌는데, 이게 탕평 인사인가. 탕평 인사를 두 번만 하면 사고 공화국이 될 판”이라며 “류 처장을 당장 교체하고 전문가로 대체하길 바란다. 대통령 측근을 챙기느라 국민의 생명을 팽개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런 식약처장을 보고 정말 짜증이 나는 건 국민”이라며 “엉터리 조사와 뒷북 대응으로 문제를 키울 만큼 키워놓고 이제 와서 문제가 없으니 먹어도 된다는 말로 오락가락하는 식약처장이야 말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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