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왼쪽)가 24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24일 개최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무기력하게 끝났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 혁신을 위한 ‘논의의 장’이 될 것을 기대했지만, 회의장에선 ‘침묵’만 흘렀다.
가장 관심을 끈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및 옛 친박근혜(친박)계 인적 청산 문제는 거론되지도 않았다. 반성을 위한 논쟁은커녕 야당이 되고도 ‘웰빙당’을 벗어나지 못한 당의 한계만 노출됐다.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연석회의는 ‘팥 없는 찐빵’ 같았다. 홍 대표가 지난 16일 토크콘서트, 19일 페이스북, 22일 인터뷰에서 공론화했던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계 청산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홍 대표 자신도 관련 문제에 입을 닫았다.
오히려 의원들은 “신 적폐의 100일” “내로남불의 100일”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비판에만 열을 올렸다.
홍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출당에 대한 의견이 나오지 않는 상황을 두고 “그럼 (박 전 대통령 탈당에 대한) 내 말이 맞는 것이다. 그럼 내 판단이 옳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신의 출당 공론화에 대한 당의 메아리가 없는 것에 당황한 홍 대표가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렸다는 말이 나왔다.
의견교류도 활발하지 않았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혁신위 진행경과를 보고한 뒤 질문을 받았지만 3명만 손을 들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아우성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었지만 정작 모두가 모이자 조용했다. 외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기자들에게 “(당이) 굉장히 큰일을 겪고 있는데 이런 일들에 대해서 누가 어떻게 얘기하고 자유의견을 즉각 표현하고 하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논의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현실 인식도 제각각이었다. 홍 대표는 “우리 자체 조사 기준으로 보면 한국당이 부활하기 시작했다”며 “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나고 국민이 이 정부를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문표 사무총장은 당무 보고에서 “후원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면서 “돈 없고, 조직 없고, 정권도 빼앗겼다”고 했다. 대표는 당이 부활했다고 주장하는데, 당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은 파산지경임을 선언한 꼴이다.
쇄신 논쟁은 커녕 설화만 빚어졌다. 당 홍보본부장인 박성중 의원은 연석회의에서 저질 농담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제일 야한 닭은?”이라고 물은 뒤 “홀딱이죠”라고, “5 곱하기 9는?”이라고 물은 뒤 “완전 X됐다. 우리가 5월9일 대선에서 X됐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