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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양계농장의 3150일, 그 마지막 날

입력 2017.08.30 16:51

친환경 양계농장의 3150일그 마지막 날

친환경 양계농장의 3150일
그 마지막 날

지난 24일 ‘어? 냄새가 안 나네?’ 경북 영천시 이몽희씨의 농장 닭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닭 수백 마리가 내달린다

지난 24일 ‘어? 냄새가 안 나네?’ 경북 영천시 이몽희씨의 농장 닭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닭 수백 마리가 내달린다

맹독성 농약 DDT가 검출됐다던바로 그 ‘친환경 농장’이다

맹독성 농약 DDT가 검출됐다던
바로 그 ‘친환경 농장’이다

농장은 DDT를 상상하기 힘들었다. 닭은 총 8000마리. 닭장마다 너른 마당이 있다. 닭 4마리당 1평(3.3m²)을 쓴다.

농장은 DDT를 상상하기 힘들었다. 닭은 총 8000마리. 닭장마다 너른 마당이 있다. 닭 4마리당 1평(3.3m²)을 쓴다.

“닭들도 계란도 오늘 다 폐기할 겁니다. 땅이 오염됐는데 어쩔 수 없지요. 오늘이 우리 농장 마지막 날입니다.”

“닭들도 계란도 오늘 다 폐기할 겁니다. 땅이 오염됐는데 어쩔 수 없지요. 오늘이 우리 농장 마지막 날입니다.”

DDT 때문이다. 이씨의 농장에서 닭 8마리를 검사한 결과 2마리에서 기준치 이상 DDT가 검출됐다. 계란에서도 DDT 성분이 나왔다.

DDT 때문이다. 이씨의 농장에서 닭 8마리를 검사한 결과 2마리에서 기준치 이상 DDT가 검출됐다. 계란에서도 DDT 성분이 나왔다.

DDT는 1979년부터 금지됐지만 잘 분해되지 않는다. 한 번 몸에 쌓이면 8분의 1로 줄어드는데 최장 45년이 걸린다. ‘환경재앙’이다.

DDT는 1979년부터 금지됐지만 잘 분해되지 않는다. 한 번 몸에 쌓이면 8분의 1로 줄어드는데 최장 45년이 걸린다. ‘환경재앙’이다.

DDT는 과거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이를 잡는다고 사람 몸에도 꺼리낌 없이 뿌렸다. 1960~70년대 식량증산을 위해 농사에도 DDT를 많이 썼다

DDT는 과거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이를 잡는다고 사람 몸에도 꺼리낌 없이 뿌렸다. 1960~70년대 식량증산을 위해 농사에도 DDT를 많이 썼다

이씨의 양계장 땅은 예전에 과수원 부지였다. 그때 사용됐던 DDT가 아직도 남아 식물과 닭들에게 흡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의 양계장 땅은 예전에 과수원 부지였다. 그때 사용됐던 DDT가 아직도 남아 식물과 닭들에게 흡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는 한 번도 살충제와 농약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농약’과는 악연이 있다.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집에서 농약 치는 일을 돕다 경운기에 손가락 2개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씨는 한 번도 살충제와 농약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농약’과는 악연이 있다.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집에서 농약 치는 일을 돕다 경운기에 손가락 2개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이씨는 축산시설 현대화 사업을 벌였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축산분야도 대형·기업화되면서 사업도 번창했다. 하지만 고민도 깊어졌다.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이씨는 축산시설 현대화 사업을 벌였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축산분야도 대형·기업화되면서 사업도 번창했다. 하지만 고민도 깊어졌다.

“도매유통이 독점화되면 농민이 가격을 결정할 기회가 사라지고, 소비자는 비싼 값대로 사게 됩니다.”

“도매유통이 독점화되면 농민이 가격을 결정할 기회가 사라지고, 소비자는 비싼 값대로 사게 됩니다.”

이씨는 농산물 생산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정착되길 바랐다. 그러자면 남들이 안 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생산해야 했다. 그는 당시 복원됐던 재래종 닭 축산화에 직접 도전했다.

이씨는 농산물 생산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정착되길 바랐다. 그러자면 남들이 안 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생산해야 했다. 그는 당시 복원됐던 재래종 닭 축산화에 직접 도전했다.

친구들은 모두 뜯어 말렸다. 막상 시작하니 꼬박꼬박 온도를 맞춰주고 소독을 하는데도 닭들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어나갔다

친구들은 모두 뜯어 말렸다. 막상 시작하니 꼬박꼬박 온도를 맞춰주고 소독을 하는데도 닭들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어나갔다

“5~6년간 병아리들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고 하니 고민하다가 ‘그냥 내버려두자’고 했어요. 소독도 안 해 버렸어요. 그러니까 살아있는 겁니다.”

“5~6년간 병아리들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고 하니 고민하다가 ‘그냥 내버려두자’고 했어요. 소독도 안 해 버렸어요. 그러니까 살아있는 겁니다.”

처음부터 ‘친환경’이란 신념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닭들이 가장 잘 클 수 있는 방법으로 하다 보니 자연주의 농법’에 가깝게 됐다.

처음부터 ‘친환경’이란 신념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닭들이 가장 잘 클 수 있는 방법으로 하다 보니 자연주의 농법’에 가깝게 됐다.

“병이 돌면 영천농업기술센터에 가서 천연항생제, 효소액 등을 타 먹입니다. 햇볕을 많이 쬐고 병을 이겨내게 해서 면역체계 만큼은 스스로 만들게 해야 해요.”

“병이 돌면 영천농업기술센터에 가서 천연항생제, 효소액 등을 타 먹입니다. 햇볕을 많이 쬐고 병을 이겨내게 해서 면역체계 만큼은 스스로 만들게 해야 해요.”

닭과 계란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지만 판로가 없었다. 다행히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이 재래닭 브랜드화에 관심을 보여 계란 유통을 할 수 있게 됐다. 납품가는 한 알당 540원, 소비자가는 750원이었다.

닭과 계란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지만 판로가 없었다. 다행히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이 재래닭 브랜드화에 관심을 보여 계란 유통을 할 수 있게 됐다. 납품가는 한 알당 540원, 소비자가는 750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3150일간의 노력은 DDT 한 방에 모두 물거품이 됐다. ‘역사’는 현재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3150일간의 노력은 DDT 한 방에 모두 물거품이 됐다. ‘역사’는 현재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닭들은 오늘 밤부터 내일 아침까지 다 살처분합니다. 다음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일단 이 농장을 잘 정리해야죠. 이 땅은 공장이나 창고부지 아니면 쓸 데가 없어요. 정부가 나서서 환경재앙 교육장으로 썼으면 좋겠습니다.”

“닭들은 오늘 밤부터 내일 아침까지 다 살처분합니다. 다음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일단 이 농장을 잘 정리해야죠. 이 땅은 공장이나 창고부지 아니면 쓸 데가 없어요. 정부가 나서서 환경재앙 교육장으로 썼으면 좋겠습니다.”

이 땅은 공장이나 창고부지 아니면 쓸 데가  없어요. 정부가 나서서 환경재앙 교육장으로 썼으면 좋겠습니다.

이 땅은 공장이나 창고부지 아니면 쓸 데가 없어요. 정부가 나서서 환경재앙 교육장으로 썼으면 좋겠습니다.

[카드뉴스]친환경 양계농장의 3150일, 그 마지막 날

▶[바로가기] 친환경 농장의 '3150일째 마지막 기록일'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5&art_id=20170829102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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