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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과 호모 루덴스

입력 2017.09.05 21:00

수정 2017.09.0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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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역사문화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의 유희적 본성에 주목했다. 그는 1938년에 펴낸 <호모 루덴스>에서 “모든 문화현상의 기원은 놀이에 있고, 인간은 놀이를 통해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호모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란 뜻으로 인간은 놀고 즐기는 존재라는 것이다. 하위징아와 달리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는 현생 인류에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라는 라틴어 학명을 붙였다. 린네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성적 사고를 하고, 허구적 상상을 하며, 상징체계를 사용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근대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인간의 본성을 도구를 사용하는 데서 찾았다. ‘도구의 인간’ 또는 ‘만드는 인간’이란 의미의 호모 파베르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호모 파베르보다 호모 루덴스가 되길 열망한다. 하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다. 한국인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법정공휴일은 15일로 영국(28일)과 오스트리아(25일)에 비해 10일 이상 적고, 일본(16일)과 비슷하다. 임시공휴일도 예전에 비해 줄었다. 1957년부터 1960년까지 이승만 대통령 탄신일(3월26일)은 임시공휴일이었다. 1993년 관련 규정이 개정되기 전까지 대통령 취임일도 임시공휴일이었다.

정부가 5일 국무회의를 열어 일요일과 추석 연휴 사이에 끼어 있는 10월2일(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로써 9월30일(토요일)부터 한글날(10월9일)까지 10일간의 황금연휴가 됐다. 누리꾼들은 벌써부터 2031년 추석 연휴를 거론하고 있다. 14년 뒤인 2031년 9월29일(월요일) 하루만 연차를 내면 9월27일부터 10월5일까지 9일간의 연휴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에 지친 한국인에게도 희망은 있는 것이다.

올해 추석 연휴 동안 정규직 직장인들은 ‘호모 루덴스’가 되겠지만 중소 상공인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호모 파베르’로 엇갈릴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때 누군가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불공평한 세상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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