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원전 밀집한 한국, 작은 재해로도 치명적 사고 가능”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원전 밀집한 한국, 작은 재해로도 치명적 사고 가능”

입력 2017.09.11 21:11

수정 2017.09.12 10:34

펼치기/접기

경주 지진 발생 1년…‘원전, 지진에서 안전한가’ 좌담회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왼쪽부터)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왼쪽부터)

지난해 9월12일 경주에서 국내 관측 사상 최대 규모(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경주에는 633차례의 여진이 이어졌다.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의 공포감은 강도가 더했다.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을 맞아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와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환경운동연합 원전특위 위원장),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가 지난 8일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만나 ‘국내 원전, 지진에서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철저한 지진 위험도 조사, 현실적인 방재대책 수립과 함께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주보다 더 큰 지진 올 수도

김 위원 = 올해 초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진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경주 지진으로 원자력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이 74.1%에 달했다. 원전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감이 지진 후 더욱 커진 것이다.

이 대표 = 시민들이 만일의 사태 때 어떻게 대피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방사능 방재대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냄새도 없고 맛도 못 느끼는 방사능이 어떤 상황에서 자신에게 어느만큼 영향을 주는지를 시민들은 모르고 있다.

홍 교수 = 한반도 지질은 연대가 굉장히 오래됐고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그렇다고 지진이 안 나는 게 아니다. 빈도는 적을지 모르지만 지진이 발생하는 건 사실이고 언젠가는 큰 지진이 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 기록물을 보면 규모 6.0 이상의 지진으로 볼 수 있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 경주 지진을 계기로 지하에 숨은 단층들이 실제로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으로 확인되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사를 해 나가야 한다.

김 = 지진은 현 과학기술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6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허가를 받을 때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은 규모 5.0이 최대이고 앞으로 1000년간 대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달이 안돼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홍 교수 논문을 보면 한반도에서 최대 규모 7.5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돼 있다. 신고리 5·6호기를 심의할 때 한수원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규모 6.0 이상의 지진 사례들이 언급돼 있었다. 문제는 이 내용이 부지 안전성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원전은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다. 아무리 큰 지진이 발생해도 최대 규모는 5.0이다’란 전제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전까지 폭발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전제했고, 결국 대비책이 허술했던 게 드러났다.

■ 자연재해 고려 안전성 강화해야

김 = 후쿠시마 사고 후 2012년 유럽 과학자들이 쓰나미 위험성을 안고 있는 원전 지역 23곳을 발표했는데 국내에선 월성과 고리 2곳이 포함됐다. 1980년대에도 강원도에서 쓰나미로 가옥이 파손되고 사람이 숨지는 사례가 있었다. 지진뿐만 아니라 태풍이나 홍수, 폭설 등 자연재해로 인해 원전이 멈추는 경우도 많았다. 뜻하지 않은 재해로 외부전원이 상실돼 냉각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원전 여러 개가 밀집한 한국의 경우 치명적인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울산석유화학단지는 고리 원전에서 18㎞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석유화학단지가 지진 피해를 입으면 가스관 등의 폭발사고로 송전망이 무너질 수 있고 이는 곧바로 원전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 1970년대에 이미 지금의 원전 대부분 부지를 확정했다. 활성단층 개념이 도입된 건 1990년대였다.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규모 7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건 신고리 3호기뿐이다.

이 = 설비 보강으로 안전하게 관리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설계된 이상 이제 와서 주기기들은 개선될 수 없다. 특히 중수로인 월성 원자로는 옆으로 누워 있어 수직·수평 지진에 다 취약하다. 내진 강화 대상에서 원자로는 빠져 있을 것이고, 원자로 외 다른 쪽 안전계통을 보완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그런데 원자로가 깨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영광 한빛 4호기 격납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방호벽 구멍 발견, 증기발생기 내 망치 발견 등에서 알 수 있듯 현재 가동 중인 원전 기기들이 설계된 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김 =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방재법)이 제정된 것은 2003년이다. 2001년 9·11테러 후 국제원자력기구와 미국에서 한국도 테러에 대비해 원자력시설을 방어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라고 권고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후 바뀐 거라곤 방사능비상계획구역이 8~10㎞에서 20~30㎞로 확장된 것 말고는 바뀐 게 거의 없다. 프랑스나 미국에선 전담 방재기구가 만들어져 일상적으로 사업자와 지자체를 훈련하고 교육해서 사고 대비 시스템을 가동하는 데 반해 우린 사고가 나서야 비상기구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특히 해당 지역 인구나 교통상황 기류를 반영한 방재대책이 아니라 동심원으로 20~30㎞ 구획만 그어놓고 있다.

이 = 최근 벨기에의 노후 원전 사고를 우려해 인접 국가인 독일이 시민들에게 방사능 노출로 발병할 수 있는 질병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요오드를 보급한 데서 보듯 안전의 최후 보루는 방재대책이다. 우리는 테러에 대비해 방재법이 통과됐고 후쿠시마 후 형식적으로 대피구역 확장으로만 끝났다. 핵사고가 일어나면 재가 어디로 갈 것인지 예측해서 시민들이 대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관련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홍 =(지진으로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우려가 있는데) 지하 500m 아래에 만들어진 처분장에서 확실히 막아준다면 안전할 것이다. 지진이 나기 때문에 원전을 지으면 안되고 지진 때문에 방폐장을 만들면 안된다고 하면 전 세계에 원전과 방폐장을 둘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우리가 염두에 둘 건 방폐장이나 원전이 지진으로부터 충분히 안전한지에 집중하고 안전하게끔 디자인하는 것이다.

김 = 전 세계적으로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은 없다. 또 안전하게 처분할 기술을 확보한 나라도 없다. 핀란드는 건설 중이고 스웨덴은 연구 중인데 연구 결과 암반이 아무리 단단하더라도 수백년 안에 핵물질이 새어나온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진하고 상관없는 결과였다. 그래서 스웨덴은 아직 최종 부지가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미국 등에서는 500m가 아닌 지하 3~5㎞ 아래에 묻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 원전 건설 확장할 시기 아니다

이 = 원자력계에 말하고 싶다.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국민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원자력계는 비리, 부정부패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며 신뢰를 잃어왔다. 원전 핵심설비인 증기발생기 안에서 망치가 발견된 건 원자력계의 고질적인 은폐문화가 드러난 것이다. 원전비리를 척결하듯이 관련 제보를 받고 조사해서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게 필요하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고리 5·6호기 등 원전 건설을 확장하는 시기는 아닌 것 같다.

김 = 예상 못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안전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또 이는 규제기관의 기본이어야 한다. 규제기관이 원자력계에 친화적인 인사들로 구성돼선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궁극적으로 국민 안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가야지만 논쟁이나 불신이 최소화될 수 있다. 결국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 상황에서 상호 비판과 견제 속에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노후 원전을 어떻게 안전하게 운영할지,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안전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지를 모아나가야 할 때다.

홍 = 두 분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규제기관인 원안위의 위치와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원안위에서 어떤 내용을 발표하더라도 국민들이 안 믿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일단 중립성 확보와 위상 강화가 필요하다. 과학적으로 판단하고 결과를 낸 것은 인정하되, 어느 정도까지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하는 것은 국민 합의로 평가할 문제지 과학으로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

[KNEA 공동기획]

  • AD
  • AD
  • AD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