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봄봄 김숙희 매니저
■‘박근혜 그만두유’ 카페봄봄 김숙희 매니저(45)
“‘카페 봄봄’은 노동자들이 십시일반 모아주는 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지난해 촛불집회 때는 매주 밥차를 가져가 ‘박근혜 그만두유’를 3000개씩 무료로 나눠줬다. 수많은 시민이 주말마다 광장에 나와 자기 목소리를 내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미약하지만 힘을 보태고 싶었다. 5명의 매니저가 아이디어를 냈고, 30여명의 회원들이 스티커 붙이는 작업을 도왔다.
촛불 집회 이후 ‘노동 운동도 재밌게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 5월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때는 ‘만원에이드’ 2000개를 만들어 무료로 나누었다. 최저임금 1만원을 촉구하는 의미로 ‘레몬에이드’에 ‘만원’이라는 스티커를 붙여 만들었다. 사실 그 동안 집회에 참여해도 ‘최저임금 인상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만원에이드를 나눠드리고 나서는 확실히 시민들 반응이 달라진 걸 느낀다. 별 말 하지 않아도 취지에 쉽게 공감해주신다. 더운 날 고생한다며 비타민음료나 부채를 선물해주시는 시민들도 있었다.
지난 5월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동단체 카페봄봄이 ‘만원에이드’를 나눠주고 있다. 카페봄봄 제공
최근에는 ‘파업에이드’나 ‘쿨피스 노사드’도 만든다. ‘파업에이드’는 ‘파워에이드’를 패러디한 음료로, 주로 삼성 반올림 농성장이나 ‘돌마고 불금파티’ 같은 장기파업 농성장을 찾을 때 챙겨 간다. ‘쿨피스 노사드’는 경북 성주의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취지로 만든 것이다. 시중 음료 ‘쿨피스’를 ‘Cool PEACE’로 바꾼 뒤, 음료 이름 뒤에 ‘노사드(No THAAD)’를 덧붙였다. 노동문제는 아니지만,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자는 취지에서 제작했다.
운동의 방식이 바뀌자 회원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과거에 노동자들 파업 현장에 간다고 하면 머뭇거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잘 모르는 일’, ‘가기 어려운 곳’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다. 요즘에는 ‘파업에이드 가지고 철도노조 농성장에 간다’고 공지를 띄운다. ‘잘 다녀오세요’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받는다. 잠깐 짬을 내 스티커 붙이기를 도와주겠다는 지역 주민들이나 회원들도 많다.
촛불집회 이후 노동자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5월 말에는 요양보호사 집배노동자 등 가정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노동자들과 ‘노동인권 공감밥상’이라는 이름의 좌담회도 열었다. 내년에는 재미있는 정치를 꿈꾸는 시민들과 함께 ‘제1회 누구나 정치축제’(가칭)도 기획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노동자들이 자기의 의사를 쉽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촛불도 노동운동도, 결국 재밌어야 오래간다.”
지난 5월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동자들이 ‘만원에이드’를 받아 들고 웃음짓고 있다. 카페봄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