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디렉터 맬컴 헤인스, 새 아티스트 발굴 위해 방한

세계적인 음악 축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디렉터 맬컴 헤인스는 “독창성과 세계성을 가진 아티스트에게 끌린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헤인스가 그해 울산에서 열린 ‘아시아퍼시픽 뮤직 미팅’(에이팜)에서 만난 최고은은 한국 뮤지션 최초로 글래스톤베리 무대에 선 기록을 남기게 됐다. 밴드 잠비나이와 술탄오브더디스코도 그렇게 ‘발견’됐다. 2011년부터 매년 한국을 찾았던 헤인스에겐 4년 만에 거둔 ‘수확’이었다.
그가 최근 3년 만에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61에서 열린 서울뮤직시티커넥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세계 음악산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회의로 서울시 주관으로 올해 처음 열렸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인터뷰에 응한 그에게 ‘어떤 아티스트에게 꽂히는지’를 물었다.
“독창성과 세계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아티스트들이죠. 그중 제가 담당하는 ‘실버 헤이즈존’은 메인 무대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끄는 무대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발탁된 아티스트들을 선보이는 자리니까요. 2013년부터 이 무대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면서 하우스, 힙합, 블루스, 솔 등 여러 장르의 뮤지션들이 오르고 있습니다. 새로운 아티스트와 음악 팬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지요.”
그는 최고은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흡인력 있는 술탄오브더디스코의 무대 매너, 창조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잠비나이의 사운드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최고은은 포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술탄오브더디스코는 정통 디스코 사운드의 곡에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잠비나이는 해금, 피리, 거문고 등 국악기와 전자기타를 혼용한 퓨전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글래스톤베리는 ‘숨은 진주’들의 음악축제

최고은
“최고은이 글래스톤베리에서 첫 공연을 했던 때는 관객이 많지 않았어요. 좋은 시간대에 배치되지 못했던 것이죠. 너무 아쉬워서 다음해에 그를 다시 초청하면서 특별히 시간대에 신경을 썼지요(웃음). 술탄오브더디스코와 잠비나이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어요. 특히 술탄오브더디스코는 이듬해 공연에서 그들이 전에 입었던 무대의상을 똑같이 입고 오는 관객들이 있을 정도였다니까요. 2019년에도 이들을 글래스톤베리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2018년에는 페스티벌이 열리지 않는다. 4년간 연달아 열고 5년차에는 땅에 ‘휴식’을 주기 위해서다. 축제가 열리는 곳이 농장이기 때문에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그는 설명했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매년 6월 영국 서미싯 필턴 지역에서 5일간 열린다. 1970년 시작한 이 축제에는 세계에서 17만명이 찾아온다. 3.6㎢의 대지 위에 20여개의 무대가 마련되어 1000여개의 공연이 펼쳐진다. 농장주였던 마이클 이비스가 자신의 농장에 텐트를 치고 자연에서 음악을 즐기는 것으로 시작된 이 축제는 중요한 가치가 사랑, 가족, 그리고 친환경이다. 기업 후원 없이 그린피스, 옥스팜 등 비영리재단과 함께 축제를 치른다.
■한국서 아직 가보지 못한 작은 공연장 많아
“지금도 축제가 열리고 있는 땅은 그저 농장이에요. 평소에는 소만 있죠. 축제를 앞두고 두 달 정도 시간을 들여서 음악도시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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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인스를 포함해 글래스톤베리 디렉터는 모두 50여명이 있다. 디렉터들의 삶은 비슷하다. 전 세계를 돌며 아티스트를 발굴해야 한다. 헤인스도 한국을 비롯해 대만,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등을 방문해 각종 페스티벌은 물론 소도시의 작은 공연장까지 찾아다니고 있다.
서울뮤직시티커넥션 부대행사로 마련된 쇼케이스에는 김사월×김해원, 노선택과 소울소스×김율희, 얼터너티브 코리안 뮤직 8488(Alternative Korean Music 8488) 등 여러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다. 헤인스는 “한국에서 아직 가보지 못한 작은 공연장들과 페스티벌이 많다”면서 “더 많은 한국 뮤지션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