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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성패 가를 개혁입법

입력 2017.10.26 14:46

수정 2017.10.2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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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도화선이 된 지난해 촛불혁명은 단지 불의·부정한 정권의 퇴진과 책임자 처벌 요구에만 머물지 않았다. 수십 년 누적된 정치·경제·사회적 모순을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광장에 쏟아졌다. 촛불혁명은 박근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정치혁명이자 미만한 경제·사회적 폐해를 바로잡을 사회혁명의 출발점에 가까웠다. 그래서 촛불혁명은 1년이 지난 오늘도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촛불혁명 의제 중 가장 빠른 진도를 보이는 것은 적폐청산이다. 박근혜·최순실·김기춘·안종범 등 국정농단 주범들이 줄줄이 법의 단죄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정권 때 묻혀 있던 ‘MB 적폐’가 속속 드러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국정원·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도 비교적 속도를 내고 있다. 권력기관 개혁은 인적청산과 과거사 바로잡기, 제도개혁 등 세 갈래로 진행 중이다. 외부인사 중심으로 꾸려진 개혁위원회가 개혁을 주도하는 게 눈에 띈다.

국정원은 자체 개혁발전위원회 소속 ‘적폐청산TF’ 주도로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이 한창이다. ‘MB 국정원’의 정치 개입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저질러진 국정원의 갖은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면서 관련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정원은 국내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의 고리로 지목되던 국내정보담당관(IO) 제도를 폐지하며 ‘정치 불개입’ 의지를 보였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한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도 추진할 방침이지만 국정원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여소야대 문턱을 넘어야 한다.

검찰에선 ‘우병우 라인’ 등 정치 검사들에 대한 인적청산이 부분적으로 이뤄졌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과거사에 대해 검찰사 처음으로 사과하고, 검찰은 과거사 재심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거나 일부 과거사 사건에 대해선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는 등 자체 개혁을 단행했다.

검찰개혁의 최대 쟁점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데, 여야의 입장이 갈리고 검·경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이어서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정치개혁은 아직 논의단계다. 개헌은 기본권, 평등권, 자치분권 확대 등이 기본 방향이다. 권력구조를 놓고는 크게 대통령 4년 중임제안과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절충한 이원정부제안이 맞서 있다. 국회 개헌특위는 내년 3월 중 개헌안을 마련해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정당 득표율에 비례한 의석 배분, 지역주의 완화 등이 쟁점인데, 국회 정개특위 논의는 이제 첫발을 뗀 상태다.

촛불광장의 주된 요구 중 하나는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양극화 해소, 청년실업 해결 등 경제개혁이었다. 최저임금의 큰 폭 상승,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양극화 해소 조치는 일부 단행됐다. 하지만 총수 일가 전횡을 막기 위한 다중대표소송제·전자투표제 도입,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대·중소기업 협력이익배분제 실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아동수당 및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 굵직한 과제는 모두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법개정 사안이다.

촛불시민 요구를 반영한 것 중 인적청산, 과거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 행정부 재량으로 가능한 것은 진도가 빠른 편이다. 반면 사회의 구조적·제도적 개혁을 위한 방안은 거의 법 개정이 필요하고, 이들 대부분은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거나 답보 상태다. 개혁입법은 촛불혁명 성패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자칫 국회의 직무유기로 촛불혁명이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겨울 수백만 시민이 전국 각지의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켠 것은 제 뜻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국 대의민주주의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장이었다. 동시에 대의민주주의가 주권자 의사를 수렴해 재작동하도록 부여한 일종의 교정 기회였다. 그런 점에서 개혁입법 불발로 인한 촛불혁명 좌초는 한국 민주주의의 실패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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