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형태·기본권 확대 등 지방선거 전 합의 미지수
지난해 촛불의 외침은 헌법 개정 문제도 공론장으로 이끌어냈다.
1987년 9차 개헌으로 형식적 민주화는 이뤘지만 ‘제왕적 대통령은 막지 못했다’는 인식과 함께 개헌 요구가 분출한 것이다.
‘이게 나라냐’는 촛불시민의 지적에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를 약속하며 당선됐다. ‘나라다운 나라’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헌법 개정안을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도 밝혔다. 국회도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8~9월 전국을 순회하며 11차례에 걸쳐 국민 대토론회를 여는 등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개헌 내용을 보면 갈 길이 멀다.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정부 형태)를 놓고 이견이 크다. 크게 보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안과,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혼합 형태인 이원정부제로 가자는 안이 충돌하고 있다. 전자는 여당이 선호하지만 대통령 권력의 분산효과가 약해 의회가 반발하고, 후자는 야당이 환영하지만 의회 권력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개헌의 뼈대가 될 기본권 보장 확대 문제를 두고도 논쟁이 번지고 있다.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하는 것과, 차별금지 사유에 ‘장애·인종·언어’를 추가하는 논의가 국회에서 진척되고 있다. 그러나 종교적 편견과 외국인 혐오 정서 등이 개입하며 반대 목소리가 결집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개헌특위는 내년 2월까지 개헌안을 마련해 3월 중 발의하고, 5월24일까지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친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헌보다 선거제도 개혁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국민 대표기관인 입법부 구성이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여성·노동자·이주민 등 정치적 약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득표율 대비 의석이 적은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이 적극적이지만, 의석 축소가 예상되는 자유한국당은 완강히 반대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아직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법 개정 의견을 청취한 단계에 머물고 있다.
선거연령 하향, 투표시간 연장,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 등 참정권 확대도 촛불의 주요 의제였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일부는 개별 의원 차원에서 발의돼 있다.
하지만 본격적 논의는 정기국회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연령 하향은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당별 득실이 엇갈려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