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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으로 ‘개혁’ 첫발, 이젠 국회가 나설 차례

입력 2017.10.26 22:22

수정 2017.10.2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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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청 캐비닛서 드러난 ‘비정상 9년’ 바로잡기 박차

>>MB·박근혜 정부 적폐청산

[촛불, 그후 1년]대통령 권한으로 ‘개혁’ 첫발, 이젠 국회가 나설 차례

촛불민심의 가장 큰 요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보수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검찰 등은 보수정권 9년 동안 비정상으로 작동한 국가권력과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 속도전을 진행하고 있다. 행정명령과 기관별 진상조사, 검찰 수사 등 전방위적 조치가 이뤄지고 있고, 적지 않은 결과물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치공작, 국정농단의 민낯을 보여주는 문건들이 잇따라 공개됐다.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을 정리해 발표했다. 특히 지난 12일엔 세월호 사건 당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고 시점을 조작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베일에 가려 있던 국정원 메인서버에 접근해 민간인 외곽팀 사이버 여론조작,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인사의 정치활동 대응 등이 실제 벌어졌음을 밝혀냈다. 군에서도 지난 정권 청와대의 지시로 기무사령부와 사이버사령부가 여론을 조작한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다.

검찰은 이러한 자료를 넘겨받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추가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 의혹까지 재수사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야 합의나 법률 개정 필요 없이 행정명령으로 가능한 적폐청산 조치들을 취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5·18 진상규명 약속, 세월호 교사 순직 인정,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가 이뤄졌다. 이런 조치들은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뒷받침했다고 평가 받는다.

적폐청산 완성에는 국회 협치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세월호 2기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위해선 야당 협조가 필요하다. 최순실씨가 부정축재한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서도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

■인적청산 속도 냈지만 공수처 설치안은 진통

>>3대 권력기관 개혁

[촛불, 그후 1년]대통령 권한으로 ‘개혁’ 첫발, 이젠 국회가 나설 차례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은 과거사 청산과 사과, 인적 청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검찰총장이 처음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했고, 경찰도 뒤늦긴 했지만 백남기 농민 사망에 책임을 인정했다.

전 정부에서 좌천된 상징적 인사들도 고위직에 임명됐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국회 입법이 필요한 ‘제도적 개혁’은 더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찰 창설 처음으로 과거사 문제를 사과했다. 강기훈씨 유서대필 의혹 등 구체적 사건도 언급했다. 이후 검찰은 대검찰청 공안부에 과거사 사건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철성 경찰청창도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중앙지검장에 2012년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좌천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임명되는 등 인적 청산도 단행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공수처 설치를 위해서는 야당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자유한국당은 공수처가 “정치보복”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반대한다.

여당 내 일부에서도 공수처 설치가 ‘옥상옥’이 될 것이란 우려가 존재한다.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한 검경 수사권 조정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구체적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두 기관 간 합의가 어려울 경우 중립기구를 통해 조율하겠다고 했다.

수사권 조정과 연관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문제는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에서 권고안을 만들고 있다.

보수정권에서 사유화 논란을 낳았던 국가정보원은 국내정보담당관제(IO)를 폐지하고, 직원복무규정 전면 개정안을 마련했다. 경찰 산하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대공수사를 하도록 하는 문 대통령의 공약은 보수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갑을 관계 개선 주력…법 개정 필요해 ‘협치’ 필수

>>양극화·경제민주화

[촛불, 그후 1년]대통령 권한으로 ‘개혁’ 첫발, 이젠 국회가 나설 차례

촛불민심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극화와 말로만 그쳤던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심판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전면에 내세워 고용 없는 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에 메스를 댔다. 소득을 저소득층 등에 적절히 분배해 소비를 늘리고, 이를 통해 생산력을 높여 성장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선언과 함께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그 신호탄이었다. 추경에는 기존 사회간접자본(SOC) 등 물적부문의 투자를 줄이고 복지와 교육, 소방·안전·복지 분야 공무원 증원 등 ‘사람’에게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재계와 주류학계를 중심으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올해 성장률이 3%를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소득주도성장은 탄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민주화의 일선에 서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프랜차이즈 ‘갑을 관계’ 개선에 주력했다. 8월에는 유통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으며, 최근 기업집단국 신설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조사 등 재벌개혁 행보를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공정위가 발표한 대책 중 중요한 내용은 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개혁 작업의 성패는 다음달 정기국회에 달려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투기세력과의 전쟁도 본격 시작됐다. 정부는 2차례 굵직한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놨다. 8·2 부동산 대책은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까지 낮췄다. 두 달 뒤 나온 10·24 가계부채 대책에는 내년부터 수도권과 세종시 등 청약조정대상지역에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포함하는 신DTI 제도를 적용, 다주택자의 부동산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방안을 담았다. 다만 주택 가격 급등이 투기수요보다 공급부족 탓이라는 공급론자의 비판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노동법 개정안 주목…환경정책 미래세대에 전가

>>노동·환경

[촛불, 그후 1년]대통령 권한으로 ‘개혁’ 첫발, 이젠 국회가 나설 차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약속한 새 정부는 인간답게 살 권리가 보장되는 일자리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절반인 20만5000명을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바꾸기로 했다. 외환위기 후 계속 늘어난 고용불안과 저임금 일자리를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재계의 반발과 저항도 만만찮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해묵은 노·사·정 대립을 끝낼 때라는 정서도 크다. 정부와 노동계의 만남은 지난 24일 청와대 만찬회동에 민주노총이 불참하면서 반쪽에 그치고 말았지만 대화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비정규직법 등 노동법 개정안들이 여소야대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환경 분야에서 문재인 정권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 공약을 사실상 파기한 셈이 됐다.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숙의’에 의한 결과였지만 새 정부가 공약사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려 나서지 않았다는 점, 장기적으로 봐야 할 환경정책에 미래세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문 대통령은 공론화위 결정 뒤에도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견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공약을 어쩔 수 없이 파기하면서도 ‘여론’이라는 명분을 갖춰, 문 대통령이 오히려 공론화위 결정의 최대 수혜자라는 얘기도 나온다.

공정률 10%가 못 되는 석탄발전소 9기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이 약속도 후퇴했다. 4기는 액화천연가스(LNG) 전환을 추진하고 나머지 5기에는 가장 높은 배출기준을 적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4대강 복원이 시작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여일 만에 4대강 6개 보를 상시 개방하게 했다. 그러나 환경부·국토교통부 등이 6개 보 수위를 평균 69㎝ 낮추는 ‘찔끔 방류’를 해 비판이 쏟아졌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하고 있고, 현재 감사보고서 작성과 감사위원회 의결 절차가 남아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처음으로 대통령의 사과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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