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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마음에 뿌려진 민주주의…우린 계속 말하고 떠들어야 한다”

입력 2017.10.27 21:42

수정 2017.10.2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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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장 마련했던 ‘퇴진행동’ 6인이 말하는 촛불정신

김덕진

김덕진

지난해 10월29일 시작돼 연인원 1700만명 가까이 모인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혁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뒤에는 시민들이 한데 모여 촛불을 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역할도 컸다. 퇴진행동은 지난해 11월9일 2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발족했다. 이후 참가 단체는 2500여개까지 늘어났다. 지난 4월29일 마지막 촛불집회를 마치고 5월24일 공식 해산했다. 퇴진행동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6명에게서 촛불집회 정신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와 이를 계속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권태선

권태선

퇴진행동 공동대표였던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62)는 정치권이 ‘적폐청산’을 주요한 의제로 다루게 만들고 새 정부가 이를 위해 노력하게 한 것을 촛불의 성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촛불집회 정신이 구현된 예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발족을 꼽았다. 권 대표는 “공론화위는 숙의 민주주의를 실험해봤다는 점에서 촛불의 성과라고 본다”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자신들의 의제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박진

박진

퇴진행동에서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46)도 정부가 진행 중인 ‘적폐청산’을 더욱 과감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활동가는 “정부가 시민들을 믿고 적폐를 청산하는 데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며 “워낙 뿌리가 깊은 적폐들이 많기 때문에 정부의 선의만을 믿고 맡기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촛불 때처럼 계속 이야기하고 떠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43)은 “부당해도 참거나 불의를 봐도 못 본 체했던 일들을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집회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촛불집회 때 나온 얘기들 가운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나 신고리 원전 공사 재개 등에서 정부에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새 정부가 탄생한 지 아직 6개월이 채 안됐기 때문에 이 사회가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진걸

안진걸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45)도 “적폐와 기득권 세력을 청산하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촛불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참다운 민주주의로 나갈 길이 아직 멀다”며 “광장에서 타올랐던 촛불이 동네로, 일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래군

박래군

아쉬움도 있다.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56·전 퇴진행동 공동대표)은 “‘헬조선’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지가 촛불집회를 일으켰다”면서도 “그러나 개별 사안들이 종합적인 방향으로 제대로 제시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어 “광장에서는 우리 모두가 존중받아야 하고 차별·혐오를 표현하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촛불이 끝나고 보니 우리 사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최근 장애인 학생 부모들이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었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이 국회에서까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종진

최종진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59)은 “재벌이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촛불을 든 이유는 단순히 대통령 얼굴을 바꾸자고 한 게 아니라 일터와 세상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며 “노동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촛불의 의미는 무엇일까. 권 공동대표는 “촛불집회 때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중·고교생들이 나와 교육현장에서 본인들이 겪고 있는 비민주적인 것들에 대해 토론하는 장면을 봤다”며 “촛불시위 현장이 민주시민 교육현장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촛불시위 구호 중에서 ‘이게 나라냐’라는 게 있었는데 집회가 끝나자 ‘이게 나라다’라는 구호가 나왔다”며 “시민들이 민주시민으로서 내가 사회의 주인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책무성을 인식했다는 데 촛불집회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활동가는 “1987년 6·10 민주항쟁을 유신을 넘는 또 다른 체제의 시작이었다고 본다면 이번 촛불 ‘시민혁명’도 특권·반칙·부정의에 대항한 또 다른 30년의 시작”이라며 “시민들의 마음속에 촛불 시민혁명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내 것이었다는 기억이 심어진 것만으로도 민주주의의 씨는 뿌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지난해 12월3일 사상 최초로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한 것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김 사무국장은 “깃발을 든 시민들이 경찰 등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평화롭게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까지 갔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4·16연대 공동대표이기도 했던 박 소장은 “행진을 할 때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맨 앞에 섰다”며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가 계속 제지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청와대 100m 앞으로 가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막히고 막혔던 곳이 뚫리니까 유가족들이 막 울었다”고 회상했다.

박 활동가는 퇴진행동 운영 자체가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퇴진행동은 2500개가 넘는 시민단체가 참가하다 보니 다양한 의견을 조정해 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구호 하나를 정하는 데도 몇 시간씩 토론했다. 돌이켜보면 모두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훈련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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