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재벌개혁의 적 ‘공피아’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재벌개혁의 적 ‘공피아’

입력 2017.11.05 15:29

수정 2017.11.05 21:18

펼치기/접기

공정거래위원회는 현 정부에서 위상이 높아진 대표적 정부 부처다. 공정경제가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 방향 중 하나이고 재벌개혁에 헌신해 온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스타성’이 얹어진 결과일 것이다. 재벌개혁은 디테일에 능한 공정위 관료들의 협조 없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최근 ‘이런 공정위가 과연…’이란 생각을 갖게 만드는 소식들을 적잖이 접하고 있다.

[아침을 열며]재벌개혁의 적 ‘공피아’

공정위 고위직을 맡으려면 퇴직 후 로펌이나 대기업에 재취업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제도라도 만들어졌으면 속이 시원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현재 공정위 상임위원 3명은 모두 민간근무휴직제를 통해 로펌·대기업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공정위 상임위원은 정부 1급 자리로는 드물게 임기(3년)가 사실상 보장되는 자리다. 비상임위원 4명과 함께 공정위 최고 의사결정 합의체인 전원회의를 구성하는 멤버로 역할이 막중하다. 이런 자리에 로펌·대기업 근무 경력자들이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미덥지 않은데 일부 위원은 별 제약 없이 자신이 일했던 로펌과 관련된 사건 심의에 관여했다고 하니 씁쓸하다.

다른 사례는 충격적이다. 공정위에서 5년간 일하다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옮긴 한 변호사는 시멘트 업체 성신양회의 담합 사건을 변호하며 과징금 437억원 중 절반을 깎았다. 로펌 입장에선 큰 공을 세운 셈인데 성신양회의 적자를 이유로 과징금 감경을 신청했고 적자는 공정위 과징금을 비용으로 미리 반영한 가공의 결과였음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무기력했다. 문제의 변호사에게 공정위 출입금지조차 내리지 못했다고 하니 김앤장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2016년 1월부터 현재까지 민간근무휴직제를 이용해 대기업에 근무한 공정위 4급 공무원은 모두 5명이었다. 재벌 횡포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실상을 알아보고, 그들을 도울 제도적 방안은 무엇인지 탐구하려 중소기업을 선택한 사례는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정위원장을 맡았던 인사는 세계 최대 통신 반도체 기업 퀄컴의 소송 대리를 맡은 로펌에 고문으로 지난 3월 합류했다고 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퀄컴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퀄컴은 소송을 제기했으니 그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로펌들이 공정위 출신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들의 공직 시절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공정위가 법적 분쟁에서 패소한 72%가 대형 로펌에 집중돼 있다는 통계는 공정위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전관들의 존재와 무관치 않다. 공정위 출신들은 경제민주화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로펌이나 재벌의 집중적 영입 대상이 되고 있다. 로펌에 근무하는 공정위 출신들로 공정위를 구성하고도 남을 것이란 말은 결코 허튼소리가 아니다. 공정위 전·현직 공무원을 마피아에 빗댄 ‘공피아’는 이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됐다.

한국에서 각종 개혁이 실패하는 이유로 관료집단의 저항이 많이 거론된다. 공정위 관료들도 영속 권력인 로펌이나 재벌과 잘 지내는 게 퇴직 후 재취업에 유리하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결국 재벌개혁을 하려는 공정위가 관료개혁을 통해 청렴성과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는 작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공피아들의 끈끈한 연대감을 해체하는 것이야말로 재벌개혁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 업무 추진의 원동력은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우리의 자그마한 흠결 하나만으로도 사건 처리의 공정성을 의심받고 조직 전체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고 말했지만 앞으로 사정이 별로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지난달 공정위가 전관예우 근절 등 투명성 확보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정청탁이 외부에서 이뤄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결국 공정위 현직 관료나 퇴직자들의 양심을 믿어보는 방법밖에 없다.

잊혀질 만하면 터져나오는 김 위원장의 설화도 문제지만 공피아 문제는 공정위 신뢰를 갉아먹는 구조적이고 뿌리 깊은 병폐다. 이대로 가면 시간은 결국 ‘우리 없이 일할 수 있겠나’라고 생각하는 공정위 관료들의 편이 될 것이다.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공정위 공무원들이 위원장 눈에 들려고 서랍 속에 있던 재벌 옥죄기 방안을 많이 꺼내고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을 종종 한다. 이런 말이 나오는 현실은 재벌이 공정위의 한계를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다. 로펌·대기업에서 인생 2모작을 꿈꾸는 공정위 공무원들을 걸러내고, 공피아 폐해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쇄신책이 필요하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