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 바른정당 9명 탈당
박근혜 제명 외 달라진 것 없는데 문 정부 견제 명분 ‘묻지마 통합론’
국회, 다시 3개 교섭단체 체제로
앞장서 나가는 김무성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맨 앞)이 6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회견을 한 뒤 함께 탈당 선언한 의원들과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이 창당 9개월 만에 쪼개졌다. 김무성 의원 등 9명이 6일 탈당과 함께 자유한국당 복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국당을 탈당하면서 창당정신으로 내세웠던 보수개혁 가치도 무너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한 사람을 제명한 것 외에 변한 것 없는 한국당에 복귀하는 것을 두고 ‘명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른정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잃으면서 국회는 더불어민주당·한국당·국민의당 등 3개 교섭단체 체제로 변하게 됐다.
김 의원을 비롯해 홍철호·김용태·강길부·이종구·김영우·황영철·정양석 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는 보수세력이 갈등과 분열을 뛰어넘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수세력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속절없이 지켜보고 있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견제를 위해선 보수통합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김무성 의원은 “모든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현시점에서는 보수가 통합해 문재인 정부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가치가 우선이라 이런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뭉쳐야 산다’ 외에 어떤 가치나 명분도 제시하지 못한 ‘묻지마 통합’론인 셈이다.
이들은 8일 바른정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9일 한국당 입당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주호영 원내대표는 탈당 선언은 했지만 11·13전당대회 등을 고려해 탈당계 제출 시점은 미뤘다. 당초 전대 출마를 선언했던 정운천·박인숙 의원도 이날 출마를 포기했다.
연말까지 추가 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을 떠날 때 던진 언사들을 복기하면, 지금 복귀 명분은 옹색하다.
김용태 의원은 지난해 11월 탈당을 선언하면서 “헌법의 최종 수호자인 대통령이 민주주의 공적 기구를 사유화하고 자유시장경제를 파괴했다. 새누리당은 이런 대통령을 막기는커녕 방조하고 조장하고 비호했다”고 했다. 김무성 의원도 지난해 12월 “친박계는 권력을 박 대통령 하사물로 착각하고 있다. 정치적 노예들”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상황은 이들이 탈당했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박근혜 국정농단의 공범임에도 사죄하지 않았고, 이명박 국정농단 진상규명에 대해선 ‘정치보복’이라며 맞서고 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 제명에 대한 친박계 반발이 이어지는 등 보수통합 전제 조건인 ‘친박 청산’도 충족되지 않았다. 바른정당 자강파 하태경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출당 하나를 엄청난 상품인 것처럼 과대포장해서 보수통합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문재인 정부 견제’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기반이 불분명한 바른정당에서 선거를 치르면 필패가 예상되고 다음 총선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욕먹는 것을 감수하고 탈당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한국당 복귀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친박계인 한국당 김태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출당을 추진한다면 지난 총선 당시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서청원 의원도 “박 전 대통령을 배신하고 딴살림을 차렸던 사람들이 다시 유승민을 배신하고 돌아오겠다고 한다.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향후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한국당 내 최대 계파가 되는 상황을 견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향후 정계개편 여부도 주목된다. 탈당파의 합류로 한국당은 116석으로 몸집을 키우게 됐고, 추가 탈당과 복당이 있을 경우 민주당은 원내 1당 지위를 위협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이 국민의당 일부 호남 의원들과 통합 또는 연대로 세불리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당과 자강파가 잔류한 바른정당이 연대하며 중도통합론을 키워갈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