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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카페는 인간의 욕구 충족용"...라쿤카페 실태 보니

한 야생동물 카페에서 라쿤이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한 야생동물 카페에서 라쿤이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흙이나 웅덩이, 수목시설 등 적절한 사육시설은커녕 동물이 몸을 숨길 곳도 없다. 합사해서는 안되는 동물 종이 카페 안에서 서로를 공격하기도 한다. 배변판이 음료 섭취공간에 놓여져 있어 인수공통전염병 감염 우려마저 있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최근 두달간의 실태조사에서 확인한 야생동물카페의 현실이다.

어웨어가 6일 공개한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전국의 야생동물 카페는 모두 35곳으로 그중 라쿤을 키우는 업소(29개소)가 가장 많았다.

어웨어는 파악된 야생동물 카페 가운데 서울의 아홉 곳을 직접 방문해 사육·전시상태를 살폈다. 그 결과 카페의 부적절한 사육환경으로 야생동물들이 벽을 긁거나 외부자극에 반응을 하지 않고, 숨을 곳을 찾는 등 공포심·불안감·무력감을 표출하는 상황이 자주 목격됐다.

서울시의 야생동물 카페실태 | 어웨어

서울시의 야생동물 카페실태 | 어웨어

9곳 중 식음료 섭취공간과 동물 사육공간이 완전히 분리된 곳은 없었다. 분리된 사육공간이 없다보니 동물들은 방문객의 접촉과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했다. 전시동물에게 마땅한 은신처가 있는 카페는 한곳에 불과했다.

게다가 ‘(새끼에서) 성체가 되어 방문객이나 다른 동물에게 공격성을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철제 케이지에 일부 동물을 격리한 카페도 3곳 있었다. 케이지는 50㎤이하의 크기였다. 어웨어는 “이들 카페에서는 모두 임시 격리용도가 아니라 영구적 사육장으로 케이지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기록했다.

이 케이지 안에서 라쿤 등 야생동물들은 일어서기, 보행이 불가능했고 급수대나 수통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또 방문조사한 카페 대부분엔 야생동물만 다루는 직원이 따로 없었고 도구로 체벌을 가하는 이들도 목격됐다.

한 야생동물카페에서 방치되고 있는 동물들 | 어웨어

한 야생동물카페에서 방치되고 있는 동물들 | 어웨어

종이 다른 동물을 별다른 조치없이 합사한 사례도 있었다. 어웨어가 방문한 서울 내 9곳의 카페 중 라쿤, 미어캣, 왈라비, 북극여우, 제넷고양이, 고양이 등 6종의 동물을 함께 키우는 곳도 있었다. 특히 라쿤과 개를 함께 키우는 카페가 많았다. 그러나 이들 카페는 종에 따라 별도로 사육하지는 않았다. 전국 35개 카페 중에서는 미어캣, 라쿤, 토끼, 고슴도치, 다람쥐, 너구리 등 많게는 12~13종의 동물을 키우는 곳도 있다.

부적절한 사육환경에서 여러 종을 합사하다보니 공격성을 보이는 동물도 여럿 있었다. 라쿤이 방문객을 무는 현장도 목격됐다.

위생관리 역시 엉망이었다. 다수의 카페에서 포유동물의 배변패드 등이 음료를 마시는 곳에 비치돼 있었다. 어웨어는 “동물이 배설물을 밟거나 항문 주위 털 등 몸에 묻은 상태로 방문객과 접촉하는 장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손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된 곳은 방문조사 대상 카페 9곳 중 한 곳에 불과했고 손 소독을 안내하고 있는 곳도 한 곳 뿐이었다. 실내화 소독 여부 역시 확인할 수 없었으며 개·라쿤의 광견병 등 인수공통전염병 예방접종 여부를 밝힌 곳도 한 곳 뿐이었다.

한 야생동물 카페에서 함께 됭굴고 있는 개와 라쿤 | 어웨어

한 야생동물 카페에서 함께 됭굴고 있는 개와 라쿤 | 어웨어

어웨어는 6일 이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카페 같은 일반음식점 및 휴게음식점에서는 동물 습성에 맞는 사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야생동물과의 무분별한 접촉은 인수공통질병 전파와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품접객업소의 야생동물 전시 금지, 동물 종 별 사육환경 기준 마련, 동물전시업에 사용할 수 있는 동물 종 제한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웨어의 실태보고서에 ‘전문가 의견서’를 첨부한 황주선 수의학 박사(강원대학교 야생동물학연구실 연구원)는 야생동물 카페의 윤리적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여러 언론 매체는 야생동물을 귀엽고, 친근하고, 만져보고 싶은 존재로 그려냄으로써 이들을 향한 그릇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국 그릇된 메시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야생동물을 접촉하고 싶은 욕구를 발현시키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욕구발현의 결정체가 바로 현재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동물카페이며 이들 카페는 부자연스럽고 인간중심적인 상업 플랫폼”라고 지적했다.

몸 숨긴 라쿤과 만지려는 방문객들 | 어웨어

몸 숨긴 라쿤과 만지려는 방문객들 | 어웨어

황 박사는 특히 “동물카페의 인공적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는 야생동물을 경험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야생동물은 언제든지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육되고 취급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동물카페가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생동물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만지고, 귀여워하고, 의인화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물리적인 거리 를 둔 환경에서 관망하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하는 생명”이라면서 “동물원의 역사가 깊고 그 운영 철학이 가장 모범적인 국가 중 하나로 알려진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면 동물원에서 관람객이 자유롭게 만질 수 있는 동물은 단 한 종, 염소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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