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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개혁보수 ‘살아날 구멍’ 찾을까

바른정당 신임 당 대표 선출

바른정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당 깃발을 흔들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바른정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당 깃발을 흔들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59·대구 동구을·4선)이 13일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바른정당이 두 차례의 집단탈당으로 들어선 ‘죽음의 계곡’에서 당 길잡이로 창당 기둥인 유 신임 대표를 택한 것이다.

쪼그라든 존재감과 보수통합 급류 속에 중도·보수 통합 불씨를 꺼내든 유승민호(號)의 여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전 합종연횡 흐름에서 개혁보수 공간 확보 여부에 따라 당과 ‘정치인 유승민’의 생존이 기로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당원대표자회의(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절반이 넘는 표를 얻으며 당 대표에 선출됐다. 지난 5·9 대선에 대선후보로 나선 뒤 6개월 만에 다시 당 간판으로 선 것이다.

유 대표는 책임당원(50%)과 일반당원(20%) 투표와 득표수로 환산한 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총 1만6450표(56.6%)로 다른 5명의 후보를 압도했다. 이어 2·3·4위를 기록한 하태경(24.5%), 정운천(10.3%), 박인숙(4.7%) 의원이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유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강철 같은 의지로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겨울은 끝나고 따뜻한 새봄이 와 있을 것”이라며 “맹세한다. 개혁보수의 창당정신, 그 뜻과 가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1월 창당 이래 최대 33석이었던 의석은 대선 직전 13명, 지난 8일 9명이 자유한국당에 복귀하며 11석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당은 비교섭단체로 추락했고, 수개월에 걸친 통합파와 자강파 사이 내분으로 ‘심리적 일체감’ 역시 무너진 상태다.

이에 따라 당이 ‘살아날 구멍’을 제시하는 것이 유 대표의 당면 과제가 됐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미래와 개혁의 길에 뜻을 같이하는 중도·보수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국당과 국민의당 양쪽으로 통합 가능성을 열어둬 추가 탈당을 막고, 당을 수습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 대표로선 ‘개혁보수’의 당 색채를 강화하는 동시에, 다른 당들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받아들게 된 셈이다.

문제는 바른정당의 존재감이다. 이날도 주호영 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전대를 마친 뒤 탈당계를 냈으며, 14일 한국당에 복당한다. 의석뿐 아니라 ‘개혁보수’ 세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정계개편을 주도할 수 있는 키는 외부에서 쥐고 있다. 당장 한국당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바른정당의 갈 길을 잘 가길 바란다”(장제원 수석대변인)며 유 대표의 중도·보수통합론을 일축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이제 문을 닫겠다”고 했다. 22명 복귀로 ‘보수의 큰집’을 확인한 만큼 통합 물줄기가 한국당으로 흐를 거라 자신하는 분위기다.

검찰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 목전까지 오면서, ‘적폐청산’을 막기 위해 보수가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는 것도 당 존립에 부담이다. 유 대표와 가까운 친이계 조해진 전 의원이 지난 8일 바른정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한국당 입당원서를 낸 것이 대표적이다. 조 전 의원은 통화에서 “2일 이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려면 보수세력이 흩어져 있어선 안된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통합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서 활로를 찾으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는 일정 수준 교감을 형성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호남 중진들을 중심으로 당내 반발 목소리가 나와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유 대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야당으로서 같이 협력할 부분에 대해서 대화해 나가겠다”고 한국당과 협력 가능성에도 여지를 남겼다.

향후 한 달 내에 중도·보수통합론에 유의미한 ‘메아리’가 없을 경우 유승민 체제는 급속도로 힘이 빠지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남경필 경기지사·김세연 의원 등 5~6명이 ‘2차 탈당’을 감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독자적인 지방선거 대비는커녕 당이 공중분해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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