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왕국
막스 뒤코스 글·그림, 류재화 옮김 |국민서관 | 64쪽 | 1만4000원
어느 학교에나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는 한 명씩 꼭 있다. 아쉴은 그런 아이다. 교실 천장에 매달린 태양 모형을 떼어다 공처럼 뻥뻥 차고, 1학년 동생들을 찾아가 무서운 이야기를 하며 겁을 준다. 특히 같은 반 마시모를 엄청 괴롭힌다. 마시모는 말이 없는 모범생으로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다.
아쉴의 장난이 너무 심해지자 선생님은 아쉴을 빈 옆 교실에 격리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쉴이 그림처럼 조용해진 것이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아쉴을 잊고 집으로 가버린다. 텅 빈 학교에 혼자 남은 아쉴은 복도를 씽씽 뛰어다니며 ‘자유’를 만끽한다. 아쉴의 ‘자발적 고립’ 계획이 성공한 것이다. 학교는 아쉴만의 ‘한밤의 왕국’이 된다.
‘한밤의 왕국’ 왕이 된 아쉴은 평소 가장 가보고 싶었던 사감실에 들어간다. 사감실 수납장에는 학생들에게 압수한 물건들이 들어 있다. 굳게 잠긴 수납장을 열려고 낑낑대는데 발소리가 들린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마시모였다. 학교에서 사는 마시모는 부모님이 외출하면 열쇠 꾸러미를 들고 사감실로 왔던 것이다. 물론 마시모의 ‘목적’도 압수품 수납장이다. 이렇게 된 이상 둘은 ‘공범’이 되기로 합의하고 압수품인 게임기와 드론 등을 함께 가지고 놀면서 의기투합한다. 아쉴과 마시모에게 ‘우정의 1조건’이 성립되는 순간이다. 둘만의 놀이와 둘만의 비밀.
아쉴과 마시모는 전사로 변장하고, 해골 악당을 무찌른다. 정체불명의 적을 확인하기 위해 학교 밖 숲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다 숲속 작은 빈터에서 ‘그것’과 맞닥뜨리고 만다. 갈고리 같은 팔을 치키고, 노란 눈이 번쩍이는 ‘그것’과. 혼비백산이 된 두 아이는 서로를 의지하며 학교로 돌아온다.
아이들에게 모험이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입시 압박은 교우 관계를 라이벌 관계로, ‘빵 셔틀’ ‘급식 셔틀’이 난무하는 폭력의 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친구 가려서 사귀라는 어른들의 말은 사람을 ‘급’으로 나누는 가치관을 주입한다. 상황이 이러니 또래 관계가 피상적이거나 비뚤어지게 되는 것은 필연적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모험과 비밀의 기회를 뺏는 것은 진짜 우정을 느낄 기회를 뺏는 것이다. 책은 15만명의 아이들이 직접 읽고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뽑는 ‘앵코 티블상’을 수상한 프랑스 아동청소년 문학의 거장 막스 뒤코스가 쓰고 그렸다.
‘그 밤’이 있은 뒤 말썽대장 아쉴과 모범생 마시모는 어떻게 되었을까? 둘은 함께 있을 때 두려울 게 없는 사이가 된다. 그렇다. 진짜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