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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과 중증외상센터

입력 2017.11.24 21:15

수정 2017.11.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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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멘터리 <명의 3.0>은 2013년 8월 ‘골든타임, 운명의 1시간-중증외상센터’ 편을 방송했다.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는 응급환자를 돌보고 있다가 “추락사고 환자가 발생했다”는 전화를 받는다. 그는 지체 없이 헬기에 몸을 싣는다. 도착해보니 환자의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환자의 뇌와 심장 손상을 막기 위해 기도 확보를 한 뒤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다. 하지만 기상악화로 헬기가 뜨지 못해 환자를 구급차로 옮겼다. 흔들리는 구급차 안에서 이 교수는 수액 공급과 약물치료가 가능하도록 중심정맥관을 삽입하는 응급처치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중증외상센터에 도착했지만 추락사고 환자를 구하러 가기 전 응급처치를 하던 환자의 상태가 위독했다. 중장비에 하반신이 으스러지는 사고를 당한 환자는 복강 내 출혈이 심각했다. 이 교수의 몸은 하나인데 촌각을 다투는 응급수술이 두 건이나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중증외상센터 의료진에겐 하루 24시간이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골든아워’다.

판문점 탈북 병사를 극적으로 살려낸 이 교수가 “중증외상센터는 이대론 지속가능성이 없다”며 열악한 현실을 토로한 이후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을 늘려달라는 국민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권역외상센터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 지원’이란 글에 지지서명한 시민이 20만명에 육박했다. 현재 전국에는 17개 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문을 열고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은 9곳뿐이다. 중증외상센터를 찾는 응급환자의 63%는 건설노동자나 기계공, 농민 등 육체노동자들이다. 공사장에서 일하다 추락하거나 장비에 깔려 다친 외국인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중증외상센터 지원 예산을 올해 439억600만원에서 내년에는 400억4000만원으로 8.9% 삭감했다. 병원들도 적자만 쌓인다는 이유로 중증외상센터 운영을 기피하거나 응급의학과·외상외과 전공의 채용을 꺼리고 있다. 이국종 교수의 말마따나 지금 대한민국의 응급의료 체계는 ‘중증’을 앓고 있다.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듯 중증외상센터를 살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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