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참 깜찍하네’ 네이버의 인공지능 스피커 ‘네이버 프렌즈’의 ‘샐리’ 버전을 처음 보았을 때 받은 느낌이다. 라인프렌즈의 대표 캐릭터인 ‘샐리’의 주황색과 노란색을 기본 색으로 사용했다. 아담하지만 눈에 잘 띄는 색상이라 거실에서 은근하게 존재감을 보였다. 네이버의 첫 인공지능 스피커 ‘웨이브’의 보급형이지만 디자인은 오히려 ‘프렌즈’가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클로바!” 3음절 단어가 입에 착 달라 붙는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깨우는 기본 호출 명령어다. 하지만 클로바를 부를 수 있기까지는 기계치라면 조금 까다로운 관문을 거쳐야 한다. 프렌즈 스피커에는 자체 통신기능이 없어 스마트폰 전용앱인 ‘클로바’와 스피커를 연동시켜야 한다. 프렌즈 스피커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은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다. 스피커는 ‘클로바’의 귀와 입이 되어서 사용자의 명령을 듣고 실행한다.
가장 먼저 음악을 들어보았다. 네이버는 자체 음원 서비스인 ‘네이버 뮤직’에서 음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10W 클래스 D 앰프를 탑재해 음질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360도 무지향성 사운드를 제공해 위치에 따른 왜곡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이유가 부른 발라드 들려줘” “소리 조금만 키워줘/조금만 낮춰줘” “동요를 들려줘” 말하면 말한대로 매끄럽게 음악을 재생했다.
클로바를 호명해 검색어를 묻거나 날씨나 주요 뉴스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뉴스를 들려달라’고 하면 ‘YTN’의 뉴스만 재생해준다. 콘텐츠 제휴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팟캐스트를 듣고 싶을 때 “김생민의 영수증을 틀어줘”라고 하니 엉뚱하게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실행했다. 오류 없이 원하는 방송을 들으려면 듣고 싶은 팟캐스트 이름 앞에 “팟빵에서”라는 말을 붙여야 한다.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1인가구나 노령층에서 대화 상대방으로도 삼을 수 있다는 말이 꼭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다만 또박또박 말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사투리나 어린아이의 음성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단점은 있다. 네이버 측은 “사용자의 음성을 학습하는 기능을 강화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날씨를 물은 후 ‘미세먼지’를 물으면 바로 이어서 대답이 나오지만 그 외에서는 맥락을 이어가는 대화가 어려웠다. 수초간의 시간이 지나면 맥락 연결이 끊어지면서 새롭게 호출명을 불러야 하는 것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영어 대화는 장점이었다. 영어 대화로 들어가면 클로바 대신 ‘모니카’가 등장한다. 모니카는 클로바처럼 사용자에게 주도권을 주기보다 먼저 치고 나간다. 먼저 자기 이름을 소개하더니 내 영어 이름을 묻거나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대답하라고 채근한다. 영어 말하기에서 중요한 게 적극성이라면 모니카는 충분히 ‘도발’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도발 이후에는 그다지 매끄럽게 대화를 이어가긴 어려웠다. 미리 정해진 대본대로만 대화를 이끄는 느낌을 받았다. 사용자의 영어 대화 수준을 감안해 적절한 대화 시나리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프렌즈를 블루투스 스피커로도 쓸 수 있다. 제품 후면에 있는 블루투스 표시를 3초간 누르면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는 ‘페어링’ 모드로 들어간다. 페어링 상태에서 스마트폰에서 음악 서비스 앱을 실행하면 프렌즈 스피커로 들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보다 더 풍부한 소리를 느끼고 싶다면 쓸만한 기능이다. 다만 이때는 클로바가 반응하는 속도가 느려졌다.
전원 버튼은 바닥 면에 있다. 실제 늘상 대기 상태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활용도가 낮은 버튼을 바닥에 숨긴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프렌즈 스피커는 내장 배터리가 있어 바깥에 들고 갈 수도 있다. 2580mAh의 내장 배터리로 최대 5시간 동안 재생할 수 있다.
프렌즈를 쓴 후의 총평이라면 “하드웨어에 비해 아직 콘텐츠가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피커 본연의 기능은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여기에 음성인식과 콘텐츠를 강화하고 연동 서비스를 늘리면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한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