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는 두족류(頭足類) 십완목(十腕目)에 속하는 해양 연체동물의 총칭이다. <동의보감> <규합총서> 등 옛 문헌을 보면 오징어는 우리말로 오중어·오증어·오직어 등으로 불렸다. 한자로는 까마귀를 해치는 물고기란 뜻에서 ‘오적어(烏賊魚)’로 표기했다. 정약전이 <자산어보>에 소개한 내용이 흥미롭다. “오징어가 물 위에 죽은 척하고 있으면 까마귀가 달려든다. 그 순간 오징어는 발로 까마귀를 휘감아 바닷속으로 끌고가 잡아먹는다.” 예로부터 믿지 못할 말이나 지키지 않는 약속을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라고 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오징어 먹물로 글을 쓰면 나중에는 먹이 없어져 빈 종이가 된다. 사람을 속이려는 간사한 자들이 하는 짓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오징어는 명태와 함께 한국인의 식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수산물이다. 해물파전의 주재료이고, 무와 함께 넣고 끓이면 해장국으로도 그만이다. 초장에 찍어 먹는 오징어회도 별미다. 땅콩과 궁합이 잘 맞아 기차 안이나 영화관에서 즐겨 먹는 ‘국민 주전부리’다. 오징어의 타우린·단백질 함유량은 소고기·우유의 수십 배에 달한다. 뇌세포 형성과 혈액순환에도 효능이 있다. 오징어 뼈에는 지혈성분이 있어 상처에 바르면 피를 멈추게 한다. 종기가 아물지 않을 때 오징어 뼈를 갈아 뿌리면 잘 낫는다. 오징어 주산지인 동해안에는 참오징어·무늬오징어·쇠오징어 등 10여종이 산다. 오징어는 산란을 마치면 생을 마감한다. 알은 어미의 도움 없이 부화한 뒤 1년을 산다.
오징어잡이가 제철이다. 하지만 올해는 동해안 어획량이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국 어선들이 북한수역에서 남하하는 오징어를 싹쓸이한 탓이다. 어민들은 조업할수록 손해라며 출항을 포기하고, 가공업체는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실직자가 속출하자 강원도는 강릉·주문진시를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오징어 씨가 마르면서 가격도 폭등해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오징어순대·오징어 보쌈집 등은 메뉴판이나 간판을 바꿔달고 있다. ‘금(金)징어 대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칫 오징어가 ‘제2의 명태’가 될 판이다. 남북한, 중국이 마주 앉아 ‘오징어 담판’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