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위장한 현대차 신형 벨로스터가 인제 스피디움을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에서 가장 개성 있는 차량으로 꼽히는 벨로스터가 6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았다. 벨로스터는 20~30대 개성 강한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1+2’ 도어 등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지만 몇년째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어왔다. 지나치게 파격적인 디자인이 ‘독’이 된 것이다.
신형 벨로스터도 이전 모델처럼 차량 왼쪽에는 도어를 하나만 설치하고, 오른쪽에는 두 개를 장착하는 형태를 유지했다. 뒤 범퍼 중앙 하단에 트윈 팁 머플러를 설치한 것도 동일하다. 하지만 과거 모델에서 풍기던 이질감은 많이 사라졌다. A필러(앞유리와 옆유리 사이에서 차량 지붕을 떠받치는 부분)를 기존 모델보다 뒤쪽으로 옮겨 차량 앞부분을 길어 보이게 만들고, 라디에이터그릴도 좀 더 크게 다듬었다. 테일램프를 중심으로 뒤태도 손봤다. 이런 노력으로 새 모델은 ‘철부지’에서 조금은 듬직한 ‘청년’으로 성장한 것처럼 느껴진다.
현대차는 벨로스터의 ‘1+2 비대칭 도어’를 이 차의 ‘아이콘’으로 여기며 자랑하고 싶은 듯한데, 그런 생각에서 빨리 벗어났으면 한다. 문짝 구성이 억지스러워 벨로스터 구입이 꺼려진다는 사람을 여럿 봤다. 신형 벨로스터는 ‘일탈한’ 문짝이 아니더라도 자랑할 게 제법 있다.
주행 감성은 경쾌하고, 발랄하며, 재밌다. 지난달 28일 강원 인제스피디움. 스타트 라인을 떠난 신형 벨로스터는 직선로에서 어렵지 않게 시속 170㎞ 안팎까지 치솟았다. 제동 성능도 칭찬받을 만했다. 직선로가 끝나고 내리막 코너가 다가오자 풀 액셀로 올린 속도를 단박에 제압하며 차머리를 코너로 밀어 넣어준다. 아주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코너링 때의 쏠림도 절제돼 있었다. 1.6ℓ 터보 모델에 장착되는 225㎜, 편평비 40의 18인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 타이어는 문어 흡판처럼 노면을 잘 붙들고 돌아준다.
운전자의 귀를 즐겁게 만드는 재능도 지녔다. 인공으로 만들지 않은, 실제 배기음을 들을 수 있다. 차 문을 열고 2000~3000rpm으로 엔진을 공회전시키면 조금은 저음이지만, 운전자의 마음을 달뜨게 만드는 살아 있는 배기음이 나온다. 여기가 종착점은 아니다. 1.6ℓ 터보 모델은 수동변속기가 제공된다. 인제스피디움에서 15년 만에 맛본 벨로스터의 6단 수동변속기는 머릿속에서 자동변속기 차량을 완전히 날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