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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미래 신기술인가 투기인가" 전문가에게 물었다

입력 2017.12.12 18:00

수정 2017.12.1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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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불면서 사기 범죄 등 부작용이 심화되자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금지란 극약처방까지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상화폐 거래 규제를 강화하면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 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질 것이라는 주장과 가상화폐 유용성이 과대 평가됐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 규제를 반대하는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와 찬성하는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로부터 12일 규제 수위와 가상화폐의 위상 등을 둘러싼 견해를 들어봤다.

[가상화폐 논란]"비트코인, 미래 신기술인가 투기인가" 전문가에게 물었다

■“‘4차산업혁명 핵심동력은 과장… 투자자 보호 위한 규제해야”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트코인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동력이 될 것이란 믿음은 과장됐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현재의 비트코인 거래는 규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단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보다 거래의 저변에 있는 환경과 제도를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가상화폐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며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는다고 블록체인 기술이 발달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규제는 분산 암호화 기술로 IT와 금융 산업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이는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을 침체시켜 한국이 국제 경쟁력에서 뒤처지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반박이다.

홍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이 발달하려면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전문가들의 관심사가 중요한 것”이라며 “비트코인의 제도화 논의는 비트코인 투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비트코인이 미래의 대안화폐가 될 것이기 때문에 금융시장 선도를 위해서라도 비트코인의 채굴과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이름 때문에 혼동하기 쉽지만 ‘화폐’가 아니라 ‘자산’이다. 중앙은행이 가치를 보증해주지 않는 만큼 가치가 불안정하다.

홍 교수는 “비트코인이 현재 결제수단으로서 편리해 보이는 이유는 아무런 규제가 없기 때문”이라며 “화폐로서 인정받고 각종 제도권 속에 편입되면 결코 간단하지 않다. 현재의 비트코인은 결제되는 속도가 느려 대형 트레이딩(거래)에는 적합하지 않다. 거래 속도와 거래량을 쫓아가지 못 하고 이것은 블록체인 기술의 맹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활성화가 세계 금융시장의 선도와도 무관하다는 말이다. 비트코인 거래는 일종의 물물교환이라는 것이 홍 교수의 시각이다.

홍 교수는 “비트코인은 투기자산으로서 자본시장 내 위치해 있지만, 각종 규제의 바깥에 있어 투자자들의 보호가 전혀 안 된다는 문제”라고 말했다. 규제에 찬성하는 이유다. 그러나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형평성’ 때문이다. 홍 교수는 “금, 주식, 곡물 등을 대상으로도 투기가 일어난다. 비트코인만 거래를 원천 금지시키는 것은 근거가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정부가 단행한 가상화폐공개(ICO) 전면 금지는 “큰 사고가 터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합리적 조치”라고 평했다.

최근 정부 입법안이 제출된 비트코인 거래를 유사수신행위로 간주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확정된 정책이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홍 교수는 가격조작이 이뤄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며, 투자자의 자격을 제한하는 조치 등을 가능한 규제의 예로 꼽았다. 홍 교수는 “정부 규제의 목적은 공정한 룰을 만들고 개인을 보호해 사회의 공공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싹도 자라기 전 막으면 기술 뒤처질 것”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12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 금지까지 고민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왜 금융 후진국이 되고 있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싹이 자라기도 전에 금지나 규제부터 하면 한국은 가상화폐를 이용한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정부의 가상화폐 관련 규제가 “첫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지난 9월 처음으로 대책을 내놓을 때 가상화폐를 ‘화폐도 아니고 금융상품도 아니다’고 규정한 바 있다. 오 교수는 “정부가 화폐도 아니고 금융상품도 아니라고 하니 제도권으로는 들어올 수 없는 처지가 됐고, 그렇다고 그냥 놔두자니 역량이 안되는 영세한 거래소가 난립하고 이 와중에 다단계 사기 피해까지 등장하는 것”이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금융과 유사한 행위를 하는 곳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에도 반대했다. 그는 “유사수신 행위라는 건 예금처럼 돈을 받고 이익을 불려주는 행위를 말하는데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다보니 규제할 만한 법이 없어서 유사수신법을 동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사수신으로 규정할 경우 나중에 피해보는 사람이 생겼을 때 집단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법리 논쟁에서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오 교수는 정부가 서둘러 가상화폐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가상화폐를 화폐든 상품으로든 실체를 인정하고 거래소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조치가 필요하다”며 “일본의 경우 요건을 갖춘 거래소만 인가해주는데 50여개가 지원했지만 11개가 인가받아 거래소를 믿고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급등 현상도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4월 일본이 거래 통화로 가상화폐를 인정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가격이 급등한 것”이라며 “가격 급등 현상도 올해가 마지막일 테고 앞으로 점차 적정 가격을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상화폐공개(ICO) 금지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ICO는 주식 상장처럼 스타트업 기업들이 가상화폐를 발행해 자본조달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오 교수는 “국내에서 ICO를 금지한다면 국내 스타트업 기업이 외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쌍방(P2P) 거래가 가능해지고 블록체인 기술 등장으로 해킹 위험이 사라지면서 쌍방거래를 금융면에서 가능하게 하는 존재가 가상화폐라고 본다. 오 교수는 “블록체인은 가존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던 거래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반 기술”이라며 “가상화폐로까지 이어져야 블록체인 기술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한국은행 출신으로 한국금융ICT융합학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한은은 현재 가상화폐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가상화폐 적극 활성화를 주장하는 그가 한은 출신이라는 점은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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