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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결빙

입력 2017.12.15 20:59

수정 2017.12.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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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은 김상헌이 뱃사공을 단칼에 베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혹한으로 결빙된 한강을 뒤덮은 백설(白雪) 위로 핏물이 흩뿌려졌다. 김상헌은 뱃사공이 청나라 군사들에게 인조가 도피한 남한산성으로 가는 길을 알려줄 수 있다고 판단해 칼을 빼든 것이다. 옛 문헌을 보면 인조 재위 시절(1623~1649) 혹한으로 12월1일 이전에 한강이 얼어붙는 ‘이른 결빙’이 3차례 있었다. 병자호란이 났던 인조 14년(1636) 12월에도 한강이 결빙돼 청나라 군사들이 남한산성으로 쉽사리 진격할 수 있었다. 한강이 얼어붙지 않았다면 뱃사공은 김상헌의 칼을 피할 수 있었을까.

조선시대 때만 해도 한강 결빙은 나라가 들썩일 정도의 큰일이었다. 곡물이나 생선, 목재 등을 실은 배가 한강 나루터를 드나들지 못해 경제난을 야기한 사례가 빈번했다. 숙종 18년(1692) 11월에는 한강이 조기 결빙돼 백성들이 극심한 기근에 시달렸고, 쌀값이 폭등했다. 현종 8년(1667) 10월엔 한강이 얼어붙어 민수용 생선이 고갈됐다는 기록도 있다.

강물은 일정한 시기에 얼고 녹는다. 한강 결빙은 평년 기준으로 1월13일, 해빙은 2월5일이다. 하지만 도심에서 방출되는 난방열과 온수, 지구온난화 현상 등으로 결빙은 늦어지고, 해빙은 빨라지는 추세다. 결빙 일수도 줄고 있다. 1960년대에는 평균 42.2일이었으나 1990년대 17.1일, 2000년대 14.5일로 감소했다. 기상 관측 이래 한강이 가장 빨리 결빙된 때는 1934년 12월4일이며, 가장 늦었던 때는 1964년 2월13일이다. 한강 결빙은 두께와는 상관없이 얼음으로 뒤덮여 강물을 온전히 볼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기상청은 한강대교 노량진 방향 2~4번 교각 사이 상류 쪽 100m 지점에서 한강 결빙을 관측한다. 물살이 빠르고, 수심도 깊은 이곳이 얼어야 한강 결빙으로 인정된다. 올겨울 첫 한강 결빙이 15일 새벽 관측됐다. 지난겨울(1월26일)보다 42일 이른 것이다. 기상청은 “12월에 한강이 결빙된 것은 1946년 12월12일 이후 71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매서운 한파는 마음까지 얼어붙게 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강이 ‘부동강(不凍江)’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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