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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든 18·19살, 그들 요구에 대답할 때

입력 2017.12.17 21:05

수정 2018.01.3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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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계산대) 시재가 안 맞아서 8640원 물어냈어. 시급이 6470원인데, 한 시간 일한 거 날아갔어. 그래도 첫날치곤 선방한 거래….”

밤늦게 편의점 아르바이트(알바)를 끝내고 돌아온 딸아이는 조금 상기돼 있었다. 지난주 생애 첫 알바를 시작한 소감에다 계산이 안 맞아 첫날부터 돈을 물어낸 일이 오묘한 감정으로 뒤섞여 있는 듯했다. “내년엔 그래도 시급이 7530원이야. 최저임금이 올랐으니깐.” 그동안 숫자에 불과했던 최저임금이 자신의 삶 속에 실체를 갖고 ‘훅’ 들어왔다는 말처럼 들렸다.

[아침을 열며]촛불 든 18·19살, 그들 요구에 대답할 때

아이는 정식 근무를 시작하기 전날 3시간 이상 교육 받으며 일했다. 하지만 그건 ‘개인이 능력을 갖추지 못한 까닭’이므로 시급은 계산되지 않았다. 그곳엔 ‘갑질’도 있었다. 며칠 전 3년간 일해온 야간 시간대 알바 아저씨는 점주의 아들 친구가 낙하산으로 그 시간대에 오는 바람에 자리를 잃었다고 앞시간대 근무자가 일러줬다. 아이는 자신이 1주일에 25시간을 일하면서도 주휴수당(결근 없이 1주일 15시간 이상 근무자 대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그런 불안감에는 최근 발생한 비닐봉지 절도 사건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청주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알바생 ㄱ씨(19)는 점주에게 “최저임금을 계산해달라”고 요구했다. 근무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ㄱ씨에게 불만이 컸던 점주는 마침 비닐봉지 2장(40원)의 값을 계산하지 않고 사용한 ㄱ씨를 절도로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가 평일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는 10평 남짓의 편의점. 궁금도 하고 걱정된 마음에 늦은 밤 들러봤다. 편의점 안에 그렇게 많은 물건이 진열돼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소비자가 아니라 알바생 엄마로서 감정이입이 된 때문일까. ‘이렇게 많은 물건을 관리하고 팔려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입장에 따라 이렇게 사물이, 공간이, 사람이 달라보이는구나. 짧은 시간 지켜보는데, 찾는 담배가 없다고 다짜고짜 소리치는 손님, 거나한 얼굴로 나이를 캐묻는 아저씨들, 급하다며 계산도 하기 전에 돈을 내던지고 나가버리는 이까지 다양했다.

수능을 끝내고 알바를 하겠다고 나선 아이는 여러 곳에 신청했다. 분식집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개점을 앞둔 곳인데, 알바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까지 데려오라는 말에 여러 명을 연결해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모두 알바를 하지 못했다. ‘어린 여학생’을 강조하던 사장은 근무 시간대와 조건, 알바비 등을 확인하는 아이들에게 성가시다며 짜증을 내더니만, 근로계약서를 써달라는 요구에 버럭 화를 냈단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6년 내놓은 자료를 보면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는 청소년의 비율은 53.2%에 불과하다.

아이는 분통을 터트렸다. 난 딸에게 조언이랍시고 한마디 했다. “세상이 만만한 줄 아냐! 남의 돈 벌기가 그렇게 힘든 거다. 법대로 상식대로 되지 않아.” 속으로는 ‘네가 뛰어들 세상은 법과 원칙만으로 돌아가지 않아. 비상식적인 일이 다반사야, 또 얼마나 위험한대. 원래 그러니까 네가 알아서 잘해야 한다고!’ 이렇게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 누가, 누구 보고 잘하라고 하는 건가? 안전하고 정당한 일터를 만드는 게 누구의 책임인데. 말을 내뱉고서는 점점 낯이 뜨겁고 미안해졌다.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밥벌이에 나선 이들에게 일터는 안전하고 정당한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채 이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갑질과 폭력은 또 얼마나 많을까. 같은 또래를 둔 부모로서 이달 초 장례를 치른 이민호군(18)의 안타까움 죽음이 떠오른다. 제주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이었던 이군은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지난달 작업 도중 기계에 크게 다쳤고 그 상태로 몇 분간 방치됐다. 이군은 근로기준법상 연소자로 하루 7시간 이내로 일해야 했지만 하루 최대 12시간 일했다. 올 초에도 특성화고에 다니던 홍수연양(19)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통신회사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한 홍양은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다고 한다. 홍양은 초과근무는 물론이고 수당미지급 등 부당한 노동환경에 시달렸다. 지난해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고를 당한 김군도 현장실습생이지 않았나.

홍양과 이군, 김군이 세상을 떠난 후 18세, 19세 친구들은 국화꽃과 촛불을 들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것이어서 더욱 죄스럽다. 진심 어린 사과, 진상규명과 대책마련, 안전한 일터,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

미안하고 미안하다. 새해엔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온당한 삶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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