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방중 결산
경제·무역 보복 해소로“성장률 0.2%P 상승 효과” ‘홀대론’ 논란 속에서 성과
공항 영접 등 사드 뒤끝, 대북 제재안은 언급 피해
충칭 임시정부 방문한 첫 현직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16일 중국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에서 김구 선생 흉상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를 찾아 “임시정부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이 지난 16일 충칭(重慶) 현대자동차의 공장 방문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공장 직원들과 만나 “(현대차가) 2017년 대외적인 어떤 요인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그런 대외적 어려움들이 해소됐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외적 어려움’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 스스로 사드 보복이 해소됐음을 처음 공표한 것이다.
청와대는 17일 문 대통령의 3박4일 중국 방문이 국내 일각의 ‘홀대론’ 프레임 때문에 낮은 기대감 속에서 시작됐음에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수교 25년 만에 최저점으로 떨어진 양국 관계를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올려놓은 채 해를 마감할 수 있게 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귀국길 기내 간담회에서 “큰 산을 또 하나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의 정신입니다”라고 적은 친필 방명록. 연합뉴스
그 결과, 경제정책 등을 담당하는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는 15일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그동안 중단됐던 양국 간 협력사업이 재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각종 경제·무역 관련 채널 복원을 예고했다. 실제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중 경제장관회의 등 77개 국장급 이상 정부 부처 간 협의 채널의 전면 재가동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이날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서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에 대한 입장은 변한 것이 없지만, 정상회담 회차를 거듭하며 언급 강도와 길이, 발화자의 급도 낮아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14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직접적으로 사드 언급을 하지 않았고, 대부분 논의 내용을 비공개한 소규모 회담에서 간략히 언급했다. 리 총리는 경제 관계 회복을 다짐했다. 서열 3위인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만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라는 기존 입장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애초 사드 배치를 초래한 것은 북핵 위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양국 정상이 북핵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2시간 반에 가까운 정상회담 동안 양국 관계와 북핵 문제를 놓고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문제를 결정하는 핵심 인사들만 배석한 소규모 회담에서 집중 논의됐다.
양국 정부는 전쟁 불가, 비핵화 원칙 확고 견지, 대화·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 등 4원칙에 공감했다고 밝혔을 뿐 세부 내용은 밝히진 않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까지 향후 2~3개월간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남북대화와 비핵화회담 시작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 간 논의는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등 후속 실무협의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중관계는 여전히 한계를 안고 있다. 취재기자 집단폭행 사건이 드러냈듯이 체제가 다른 양국이 함께 일을 해나간다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정부 역시 국빈만찬, 문화교류의 밤 행사 공개 여부를 놓고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며 이러한 점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차관보를 보낸 공항 영접 등 중국이 사드 뒤끝을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에 처한 한국의 위치도 바뀌지 않았다. 한·미·일 3국 동맹을 공고화하려는 미·일의 인력과 그것을 떼어놓으려는 중국의 힘 사이에서 한국 외교가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그간의 패턴을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얼굴을 붉히지 않기 위해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에 큰 힘을 실어주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방중 결과에 미국 측이 불만을 표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