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감원장, ‘김정태 회장과 갈등’ 김승유 전 회장과 가까워 논란
윤종남 이사회 의장 “하나금융,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 아냐” 불만 표출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지난주 “금융위원장은 익명으로 말했는데, 왜 하나금융이 발끈하나. 대부분 그쪽 지배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회장후보추천기구를 구성하는 등 ‘셀프 연임’을 한다”고 깜짝 발언을 내놓은 뒤 금융위는 특정인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고 부인해 왔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말은 당국의 속내를 어느 정도 보여준다.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선출과정과 지배구조를 향해 최 위원장뿐 아니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걸 두고 금융계에서는 하나금융과 KB금융을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특히 내년 3월 세 번째 연임 도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주저앉히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7일 “이미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제외하면, 남은 대상은 김 회장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하나금융 전·현직 회장 간에 쌓인 감정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2015년 하나·외환 초대 통합 행장을 두고 김승유 전 회장이 밀었던 인사를 김정태 회장이 반대한 이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안다”며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에서 물러나고 2년가량 고문을 맡았는데, 그가 영입한 최흥식 전 하나금융 사장(현 금감원장)이 현안 보고를 당시 김 고문에게 했다는 얘기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이 경기고·고려대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최 금감원장을 추천했고, 자기 사람을 차기 하나금융 회장직에 앉히려 한다는 설도 파다하다.
윤종남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은 이날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하나금융이 회장 인선을 앞두고 있어 집중적으로 주시를 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승유 전 회장 때는 (이사회에) 경기고나 고려대 출신이 많았다”며 “현재는 김정태 회장과 학연 등으로 연결된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현행 규정상 차기 회장 후보에 오른 인물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제외되지만 앞으로는 처음부터 회장을 회추위에 포함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금융지주사 이사진이 CEO를 견제하는 역할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사외이사들이 고액 보수를 받는 자리에 연연해 경영진과 코드를 맞춰 왔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당국이 힘으로 눌러 금융지주사 회장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관치나 낙하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제기되는 의혹들을 명확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내년 1월 중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경영권 승계 절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운영 사항을 검사한다. 금융위는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