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확정에 보복
자동차 판매 급감에 부품 업체 부도 위기
단체관광객 의존도 높았던 유통업도 부진
양국 교류 정상화했지만 재발 ‘불씨’ 남아
최근 중국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현대자동차 중국 합자법인인 베이징현대 충칭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현대차가 2017년에 대외적인 어떤 요인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대외적 어려움이 해소됐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밝힌 ‘어떤’ 요인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말한다.
사드는 올해 한국 경제도 강타했다. 사드 배치가 확정되면서 자동차와 화장품, 식품 등 소비재 산업과 면세점 등 단체관광객 ‘유커’를 상대로 하는 국내 유통 기업들은 올해 최악의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대표적인 업종이 자동차다. 중국은 현대·기아차가 연간 약 180만대를 판매하는 최대 글로벌 시장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 계약을 체결한 2월28일 직후인 3월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현대차 중국 합자회사인 베이징현대의 3월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44.3%, 기아차 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는 무려 68%가 줄었다. 현대차는 올 1월과 2월에만 해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차량 판매가 증가한 상황이었다. 중국 현지에 동반 진출한 부품 업체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1차·2차 부품 협력사들은 부도에 직면할 만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는 지난 10월31일 한국과 중국이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화하기로 한 이후부터 조금씩 회복됐다. 지난달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의 월 판매량은 전달보다 18.4% 증가했다. 하지만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9.8% 줄었다. 매월 급전직하하던 상황에서는 벗어났지만 이전의 판매량을 회복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현지 판매량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 부진이 9개월째 지속되면서 영업조직 등이 적잖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부품 업체들도 자금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업계는 중국 내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회복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한다. 일본이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를 선언한 뒤 일본 브랜드의 판매량이 회복되는 데 1년 정도가 걸렸다.
대중국 사업을 펼쳐오던 기업들도 사드 여파로 휘청거렸다. 특히 정부에 사드 부지를 내준 롯데에는 집중적으로 강도 높은 보복이 이어졌다. 중국 당국은 ‘소방법 위반’을 이유로 올 초 중국 내 롯데마트 영업을 중단시켰고,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롯데마트는 결국 지난 9월 중국 롯데마트 전면 철수를 결정했다. 사드 사태 이후 영업을 하지 못해 롯데마트가 입은 손실은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던 한국산 화장품과 식품도 사드 여파로 실적 악화를 면치 못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고, 3분기에도 중국 매출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중국 시장 매출 기록을 꾸준히 갈아치우며 현지 제과시장 2위 업체로 성장한 오리온도 역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4%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여행을 금지하면서 유커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면세점 업계도 피해를 입었다. 국내 면세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6.8% 급감했다. 제주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던 한화갤러리아는 유커가 줄어들면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권을 조기반납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디에프, 탑시티 등 신규 시내면세사업자들의 영업개시일도 내년 말로 연기됐다.
한국과 중국의 교류 협력 정상화 이후에도 사드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중국이 ‘사드 추가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추진’ 등 ‘3불(不)’을 한국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언제든지 사드 후폭풍이 한국 기업에 몰아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