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프랑스 기업들, 8억 투자해 200억 수익…지하철 9호선 운영의 이상한 지배구조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프랑스 기업들, 8억 투자해 200억 수익…지하철 9호선 운영의 이상한 지배구조

  •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공인회계사
[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프랑스 기업들, 8억 투자해 200억 수익…지하철 9호선 운영의 이상한 지배구조

서울의 강서와 강남을 잇는 황금노선 지하철 9호선이 개통 후 첫 파업을 했다. 개인적으로 집과 직장, 자주 강의를 다니는 금융권 대부분이 9호선 라인에 밀집돼 있어서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인데 파업 첫날에 지하철 고장까지 더해져 전쟁터를 방불케 했고 그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여느 파업과 달리 노조의 요구사항에 임금 인상은 아예 언급조차 없었고 인력 증원과 차량 증편이 핵심이었다. 9호선은 이용자 수가 매우 많은 데 반해 객차는 4칸에 불과하고 급행열차가 10여분에 한 대꼴로 운행하는 특성이 있다. 늘 지옥철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 이번 파업의 취지가 공감되는 부분이기는 했다.

인터넷으로 서울시 메트로 9호선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회사소개를 클릭해보면 시행사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주), 운영사는 서울9호선운영(주)으로 되어 있다. 다른 지하철노선과 달리 시행과 운영이 분리되어 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시행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의 감사보고서에 첨부된 손익계산서를 찾아보면 매출액은 1039억원인데, 매출원가가 1221억원이라 매출총손실만 181억원이다. 즉 판매비와 관리비 지출 전부터 이미 적자라는 의미인데 매출원가의 내역을 보면 약 725억원이 관리운영수수료로 나가고 있다. 이 관리운영수수료에 대한 내용을 재무제표 주석사항에서 찾아보면 9호선 도시철도시스템의 관리 및 운영을 위하여 운영회사인 서울9호선운영(주)에 2023년까지 고정금액으로 매년 약 7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급하도록 계약되어 있다고 한다.

운영사인 서울9호선운영(주)의 감사보고서를 찾아보면 이 회사는 안정적으로 순이익을 내고 있다. 특이한 점은 매년 적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은 국내의 대형 보험사, 자산운용사, 은행 등이 주주로 참여하여 자본금 746억원을 납입한 데 반해 돈 잘 벌고 있는 서울9호선운영(주)은 자본금이 10억원에 불과하고 총 발행주식의 80%를 프랑스기업들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즉 프랑스기업들은 단돈 8억원으로 서울9호선운영(주)의 최대주주 지위를 누리고 있다.

더 황당한 것은 2007년에 설립된 서울9호선운영(주)의 감사보고서가 처음 공시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무려 25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다.

이 배당금 중 80%인 약 200억원은 프랑스기업으로 갔고,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가 없었던 2007년부터 2009년의 배당금 지급액도 확인하면 금액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80%이고 외국인이 대표이사이므로 배당금 지급에 대한 결정은 사실상 그들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프랑스기업 입장에서는 8억원을 투자하고 약 7년간 2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겨갔으니 이만한 투자처도 없을 것이다.

지하철 승객, 서울시민의 입장에서 과연 그 프랑스기업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9호선 운영회사의 최대주주가 되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매일 출퇴근길을 짐짝처럼 실려 다니고 몸을 꾸겨 넣어야 간신히 탈 수 있는 교통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외국기업이 대주주인 9호선이 다른 노선과 비교해서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9호선은 전동차도 적고 급행열차의 배차간격도 길기 때문에 혼잡도가 높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서울9호선운영(주)은 고객에게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므로 당연히 이 불편함을 풀어주어야 할 사명이 있다. 그러려면 전동차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하고, 안전운행을 위해 승무원과 역무담당 직원도 많이 채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 당분간 이익이 줄어들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대주주가 배당을 못 가져갈 수 있으니 노조가 파업을 하고 시민들이 고생을 해도 사측에서 아랑곳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파업으로 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었지만, 파업 취지에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회사 운영방식도 이슈화되었다. 이제는 최초에 9호선을 만들 때 왜 그렇게 지배구조를 짰고, 외국에 퍼줘야 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는지 그때 그 결정권자들이 해명할 차례이다. 그리고 계속 지하철 이용객들만 피란길을 방불케 하는 지옥철을 참아가며 탈 수만은 없고 부족한 역무원으로 안전운행도 보장할 수 없으니 회사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