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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보유세 강화를 위한 ‘킹핀’

입력 2018.02.04 20:53

수정 2018.02.0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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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씨는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를 미워했다. 야인 시절 강남 아파트에서 살았던 그는 종부세를 두고 질투의 경제학, 특정 지역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세금이라 평가했고 인사청문회에서는 “야인으로 있으면서 소득은 없는데 종부세만 냈다”고 말했다.

[아침을 열며]성공적인 보유세 강화를 위한 ‘킹핀’

문재인 정부가 재산세와 종부세를 축으로 하는 보유세 강화를 천명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철저 환수 방침을 밝히면서 “강남에 산다고 다 투기꾼이냐” “강남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조만간 대통령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돼 보유세 강화 논의가 본격화하면 강만수식 불만은 더 커질 수 있고, 결국 부유층의 조세저항을 넘어설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부유층에 세금을 거둬 공익적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개인 소유권을 침해하는 강제행위란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고 2018년 한국도 다르지 않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마이클 조던이 거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재능 덕분이기도 하지만 공중으로 날아올라 공을 링 안에 꽂아 넣는 능력을 포상해주는 사회에 사는 행운도 따랐기 때문이다. 농구만 잘하면 푸짐한 포상을 받을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났다는 행운조차 자신의 공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공동체가 그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해 공익을 위해 쓴다고 해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마이클 조던은 소득세를 부담했고, 미실현 이익에 부과되는 보유세와 다르지 않으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쯤에서 강남 개발의 역사를 한번 돌아보자. <강남의 탄생>(한종수·강희용 저)을 보면 “박정희 정권은 강북에 지나치게 많은 인구와 중요 시설이 집중되자 한강 남쪽으로 눈을 돌렸다. 논밭이 대부분이고 달구지가 지나다니는 소로(小路)들로 마을과 마을이 이어진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던 강남에는 강북의 명문 학교와 대법원, 검찰청 등 국가기관이 옮겨 갔고 각종 특혜가 퍼부어졌다. 불모지 강남은 완벽한 현대 도시로 탈바꿈했다”고 소개돼 있다. 강남 집값의 상승 이면에 아낌없는 인프라 투자가 있었다고 한다면 공동체의 정당한 몫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비싼 집에 살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보유세 강화는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불가피하다. 그저 보유만 해도 집값이 일년에 수억원씩 오른다면 노동의 가치에 대한 회의감과 무력감은 확산되고, 이게 나라냐는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효과가 크다. 집값 상승분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라는 냉소적 시각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일회성이 아니라 매년 지속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투기세력의 장기보유를 막을 수 있고, 강남 외 다른 지역의 집값을 진정시킬 수도 있다.

낮은 거래세, 높은 보유세가 바람직한 부동산세제의 모습이다. 한국에서 거래세는 주택가격의 1% 이상인 반면, 보유세는 0.1~0.3% 정도라고 한다. 총세수에서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율(2014년 기준 3.2%)도 일본의 절반,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조세정의, 부동산시장 안정, 부동산세제 선진화 측면에서 보유세 강화는 필수적이다.

세금 문제가 걸려 있는 한 정의니, 세제 선진화니 하는 말은 쉽게 먹히지 않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보유세 강화 없이 투기세력을 잡을 수 없다는 인식이 진보진영에 널리 퍼져 있는데, 보수세력에 의해 이념대결로 비화하고 ‘정부와 강남의 전쟁’이란 프레임에 걸려들 가능성도 크다.

당연히 정부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책 형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공감대 형성이란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해 본다. 정부 내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들의 강남 집을 처분하는 것이다.

공직자가 시민들에게 주는 감동은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강남 집을 두고 합법적 투자니, 실거주용이니 하는 말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공직자들이 투기세력에 강남 집을 팔라고 요구하면서 본인은 강남에 집을 갖고 있고, 그것도 다주택자라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공직자들이 강남 집을 포기한다면 보유세 강화 실현을 위해 ‘킹핀’(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치기 위해 공으로 맞혀야 하는 5번 핀)을 쓰러뜨리는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신들이 강남에 집을 갖고 있는데 우리보고만 팔라고 하느냐’ ‘자기들 세금도 오를 텐데 쉽게 보유세 인상이 이뤄지겠나’라는 냉소적 생각에 금이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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