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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과서 집필기준에 ‘6·25 남침’이 빠졌다? 내막 살펴보니

입력 2018.02.08 06:50

수정 2018.02.0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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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책연구진이 개발 중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현대사 대단원의 교육과정 시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책연구진이 개발 중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현대사 대단원의 교육과정 시안.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이후 2020학년도부터 사용하기 위해 새로 개발하는 검정 역사교과서가 집필기준 제작 단계에서부터 이념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책연구진의 검토안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 대신 ‘민주주의’가 쓰였고, ‘대한민국 수립’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뀐 것이 보수진영의 반발을 불러온 것이다. 집필기준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도록 간소화되는 과정에서 일부 구체적 사실관계가 빠지자 “6·25 남침이 교과서에서 빠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7일 새 검정 역사·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마련 중인 평가원이 구성한 정책연구진의 집필기준 시안을 보면, 이전 정부 때 역사교과서에 포함된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민주주의’로 바뀌었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에는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 대해 파악한다’, 중학교 역사 집필기준에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 과정을 이해한다’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현재 교과서의 집필기준에는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과정’ 등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쓰였는데 이게 모두 바뀐 것이다.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에 따라 쓰인 사회과 교과서들에 모두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어 통일성을 위해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는 이명박 정부 때 고시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부터 역사과 교육과정에 포함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자유민주주의가 사실상 ‘반공’과 동일시돼온 한국사회에서, 과거 독재정권의 행태를 ‘북한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일’로 합리화하기 위함이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정권이 바뀌자 교육부가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자유민주주의는 공산주의 체제를 거부하고 자유를 지켜내고자 피땀 흘린 우리 선조들의 고귀한 희생 위에 있다”며 “미래세대에 편향되고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으려는 불순한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때 가장 큰 쟁점이었던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대체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후 이어진 독립운동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정책연구진이 북한의 남침으로 6·25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집필기준에서 빼버렸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집필기준을 간소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과거 교과서 집필기준에는 성취기준별로 집필방향과 집필유의점이 매우 세세하게 제시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정책연구진은 대단원별로 큰 틀에서의 집필방향만 제시하는 방향으로 집필기준을 대폭 간소화했다. 집필기준을 상세하게 제시하는 것이 교과서 집필에 제약을 준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는 것 같은 객관적 사실은 큰 틀에서 제시한 집필방향 아래서 얼마든지 교과서에 포함될 수 있는 셈이다. 교육부는 “정책연구진이 제시한 ‘6·25 전쟁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전후 분단이 고착되는 과정을 파악한다.’라는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6·25 남침, 북한 세습정권 등의 세부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며 “향후 연구과정에서 보다 명료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집필기준을 아예 폐지하고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를 집필하면 된다는 의견이 대세다. 도면회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집필기준은 유신체제 이후 국가가 용공적 표현 등을 제거하기 위해 세세하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라며 “교육과정이 있는데도 별도의 집필기준을 정해 세세하게 통제하는 것은 사실 민주사회 교육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공청회에서 공개된 정책연구진 안이 최종 집필기준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평가원은 정책연구진이 최종 집필기준 시안을 제출하는 대로 내부심의회를 통해 수정·보완해 평가원 시안을 작성, 다음달 중 교육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상반기 중 최종 집필기준을 확정하고 출판사들은 이에 따라 교과서 편찬에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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