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법 위에 건물주 ‘궁중족발’의 눈물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법 위에 건물주 ‘궁중족발’의 눈물

입력 2018.02.14 18:34

수정 2018.02.14 18:45

펼치기/접기
[직설]법 위에 건물주 ‘궁중족발’의 눈물

“서윤씨보다 그분들이 더 돈 많지 않을까요?”

서촌의 ‘궁중족발’ 이야기를 지인에게 털어놓았다가 들은 말이다.

궁중족발은 대폭 인상된 보증금과 월세로 세입자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을 위기에 처한 현장이다. 건물주가 바뀌면서 보증금 3000만원, 월세 300만원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0만원으로 올랐다. 나는 이것을 “권리금 챙길 생각일랑 하지 말고 조속히 이곳에서 꺼져라. 나는 당신들 권리금 몫까지 빨아들여 건물을 매매해 더 큰 부자가 되겠다”는 건물주의 메시지로 해석했다.

궁중족발의 사장 부부는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권리금을 1억5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며 다음 세입자에게 가게를 넘기고 나가라는 제안을 받아도, 그저 고향인 동네에서 오래도록 장사하며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물리쳤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법체계는 이들의 소박한 바람을 보호해주지 않았다. 월세 인상 상한 비율을 5년 동안만 보장하고, 그나마도 환산 보증금이 매우 적은 액수여야 하는 것이 그동안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었다.

동네의 문화를 만들고 건물의 가치를 높인 주체가 누구인가? 그 동네에서 먹고 자고 장사하는 사람들이고, 그중 다수는 세입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물주는 세입자를 마치 쇼핑하듯 고르며 ‘소비’하고, 있던 곳에 머무르며 삶을 지탱하고자 하는 세입자들을 거칠게 쓸어버린다. 그나마 ‘영민한’ 세입자는 권리금이라도 얻어 나갈 수 있기에, 오래도록 한 곳에서 한 종목으로 장사하는 우직함보다 뜨는 동네를 알아보고 단기적인 장사 아이템과 포토제닉한 인테리어를 기획하는 감각을 높게 평가하는 인식은 확산된다.

이런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동네’라든지 ‘역사’라든지 ‘공생’ 같은 인문학적 가치를 좇은 결과가 무엇인지는 궁중족발이 보여준다. 궁중족발은 같은 곳에서 7년 동안 장사했다는 이유로 ‘합법적인’ 폭력의 대상이 됐다. 그것도 모자라 불법 심야 강제집행까지 거행됐고, 궁중족발 사장은 네 손가락이 절단됐다.

이것이 건강한 사회일까? 궁중족발은 한국 사회에 문제제기한다. 그리고 건물주에게 요구한다. 돈만 보고 폭력으로 내쫓지 말고,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를 하자고. 가능하면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고. 이에 대해 공감하는 헌신적인 문화예술인, 종교인, 활동가들은 돌아가며 궁중족발에 머무른다.

나는 아주 드물게 행사에 얼굴을 비출 뿐이고, 이에 대해 일종의 부채감을 느낀다. 대신 친지들을 만날 때마다 궁중족발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리는 일이라도 하려 하는데, 대다수는 궁중족발의 사연에 공감을 표하고 함께 분노하지만 아주 가끔씩 그들이 너보다 가진 게 더 많을 수도 있는데, 네가 왜 그렇게 그들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다.

어쩌면 타인의 일에 너무 이입하여 감정소모하지 않기를 바라는, 나를 위하는 마음에서 한 말일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일상에서의 스트레스 지수가 너무 높은 한국에서, 억울하고 불행한 이야기에 일일이 마음 쓰는 것은 분명 피로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더 많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때, 더 많은 사회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지점이 만들어진다.

나는 한국 사회에 개선돼야 할 구조적 문제가 많다고 인지하기에 소망한다. 내 현실의 조건은 잠시 머릿속에서 지우고, 온전히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상황을 보며 함께 분노할 수 있기를. 우리는 그것을 공감능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일단 궁중족발 건에는 일반 시민들보다 건물주님의 공감능력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건물주님께 호소한다.

건물주님은 수십 채의 건물을 사고파신 이력의 분이라 들었어요. 그동안 많이 버셨는데, 그렇게 꼭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하십니까? 그리고 건물 소유권이 다른 모든 권리 위에 있다는 것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이에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게 법이고, 상가임대차보호법 역시 보호기간을 10년 이상으로 장기화하고 환산보증금의 상한선을 높이거나 아예 폐지되는 방향에 대해 논의되고 있지요. 현행법을 근거로 본인의 신념이 옳다는 확신을 강화하지 마시고, 부디 함께 잘사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동참해주시길 바라요!

<최서윤 <불만의 품격> 저자>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