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최영미 “문단 내 성폭력, 구시대 유물로 남길 바라”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최영미 “문단 내 성폭력, 구시대 유물로 남길 바라”

입력 2018.02.18 10:41

수정 2018.02.18 20:17

펼치기/접기
최영미 시인/경향신문 자료사진

최영미 시인/경향신문 자료사진

최근 문단 내 성폭력 실태를 폭로한 최영미 시인이 “문단 내 성폭력을 조사하는 공식적인 기구가 출범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괴물’ 시를 쓴 배경과 일련의 방송 인터뷰, 문단 내 성폭력 실태와 관련한 입장을 전했다. 그는 먼저 “JTBC 뉴스룸 인터뷰 이후 ‘최영미 시인이 문단에서 수십명 성추행을 당했다’는 왜곡 보도를 바로잡아달라”고 했다. 그는 “1992년 등단 이후 제가 원하지 않는 신체적 접촉 (성추행)을 했던 남자는 네 명입니다. 악수를 하며 제 손을 오래 잡고 손바닥을 간지르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를 한 사람들도 두어명 있었으나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라고 썼다.

또한 최 시인은 앞서 방송 인터뷰에서 여성 문인들이 성폭력에 거칠게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는데, 이번 글에서도 부연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단 카르텔 속에서 여성 문인이 당하는 피해를 쉽게 설명하려 한 예를 들었을 뿐, 방송 인터뷰에서 문단 내 성폭력과 보복이 진행되는 과정 전체를 일반화한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최 시인은 “7만원짜리 시를 썼을 뿐인데, 파장이 커져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가을에 ‘괴물’을 ‘황해문화’에 보내고 게재여부를 확신하지 못했다”면서 “만일 시가 잡지에 실리지 않으면 페북에 공개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고맙게도 시를 실어줘서 페북에 올리지 않았다”고 했다. 시 ‘괴물’이 ‘황해문화’에 실린 뒤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으나 거절했다는 최 시인은 “괴물과 괴물을 키운 문단 권력의 보복이 두려웠고 그들을 건드려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 시인은 한참 잊고 지내다 서지현 검사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후 시 ‘괴물’이 기사화됐고 “문단 내 성폭력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겪은 슬픔과 좌절을 이제 문단에 나오는 젊은 여성문인들이 경험하지 않기를 바라며 방송에 나갔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언젠가 때가 되면 ‘괴물’의 모델이 된 원로시인의 실명을 확인해주고, 그가 인사동의 어느 술집에서 저를 성추행했을 때의 실제상황, 그리고 1993~1995년 사이의 어느날 창작과비평사의 망년회에서 제가 목격한 괴물의 (유부녀 편집자를 괴롭히던) 성폭력에 대해 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1993년경 종로 탑골공원 근처의 술집에서 제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따로 있는데, 제 입이 더러워질까봐 차마 말하지 못하다”고도 했다. 최 시인은 “저뿐 아니라 그로 인해 괴롭힘을 당한 수많은 여성들에게 괴물의 제대로된 사과, 공식적인 사과와 반성을 원한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문단 내 성폭력을 조사하는 공식적인 기구가, 작가회의만 아니라 문화부 여성단체 법조계가 참여하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조사 및 재발방지위원회가 출범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여러분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이제 제게 괴물과 괴물을 비호하는 세력들과 싸울 약간의 힘이 생겼다”면서 “문단 내 성폭력이 구시대의 유물로 남기를 바라며, 저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것이다. 더 많은 여성들이 미투(#Metoo)를 외쳐주라”고 글을 끝맺었다.



최영미 시인 페이스북 글 전문

지난주 jtbc 뉴스룸에 나간 뒤 일부 매체에서 제 인터뷰 내용을 왜곡 보도했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최영미는 수십명에게 성추행 당한 적이 없습니다. 저를 성희롱하거나 성추행을 시도한 남자문인들이 수십명이라고 말했는데, “최영미시인 문단에서 수십명 성추행”이라고 크게 제목을 뽑은 기사가 인터넷에 뜨네요. 제 명예를 훼손하는 잘못된 기사 제목을 수정해주시기 바랍니다.

1992년 등단 이후 제가 원하지 않는 신체적 접촉 (성추행)을 했던 남자는 네 명입니다. 악수를 하며 제 손을 오래 잡고 손바닥을 간지르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를 한 사람들도 두어명 있었으나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

권력을 쥔 남성 문인들의 이러저러한 요구를 (노골적으로 요구하지 않더라도 결국 성적인 함의를 포함한 메시지를) 거절했을 때, 여성작가가 당하는 보복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제외되는’ 식으로 문단의 주변부로 밀려나지요. 그들에게 희롱당하고 싶지 않아 문단 모임을 멀리하고 술자리에 나가지 않으면, 더 큰 불이익을 당하지요. Out of sight, out of mind. 자주 나타나지 않으면 원고청탁도 뜸해지고, 신간이 나와도 사람들이 모르지요. 주요 출판사의 큰 행사나 시상식에는 문학담당 기자들도 오는데, 기자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더라도 작가인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라도 각인시켜야 나중에 책이 나올 때 그들의 가시권에 들어오지요.

저처럼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문단 내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나 이렇다할 인맥이 없는 여성문인이, 문단 사교계를 멀리하면 자기가 잊혀지는 줄도 모르고 잊혀지지요.

문단 카르텔 속에서 여성문인이 당하는 피해를 쉽게 설명하려 한 예를 들었을 뿐, 제가 방송 인터뷰에서 문단 내 성폭력과 보복이 진행되는 과정 전체를 일반화한 건 아닙니다.

저는 7만원짜리 시를 썼을 뿐인데, 파장이 커져서 저도 놀랐습니다. 작년 가을에 ‘#괴물’을 황해문화에 보내고 게재여부를 저도 확신하지 못했지요. 만일 시가 잡지에 실리지 않으면 내 페북에 공개할까 생각중이었는데, 고맙게도 시를 실어줘서 페북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잡지가 나온 뒤 인천에서 발행되는 모신문에서 전화가 와 괴물에 대해 묻길래, 덜컥 겁이 나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누가 나를 건드리지 않는한 내가 먼저 말하지 않겠다”고 저는 말했지요. 괴물과 괴물을 키운 문단권력의 보복이 두려웠고, 그들을 건드려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간신히 살아가기도 힘든데...일부러 문제를 키우고 싶지 않았지요.

그리고 한참 잊고 있었는데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에 제 시가 트위터 sns에 돌아다니다 기자들의 눈에 포착되어 여기저기서 기사가 나왔습니다. #문단 내 성폭력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겪은 슬픔과 좌절을 이제 문단에 나오는 젊은 여성문인들이 경험하지 않기를 바라며 저는 방송에 나갔습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괴물’의 모델이 된 원로시인의 실명을 확인해주고, 그가 인사동의 어느 술집에서 저를 성추행했을 때의 실제상황, 그리고 1993년~ 1995년 사이의 어느날 창작과비평사의 망년회에서 제가 목격한 괴물의 (유부녀 편집자를 괴롭히던) 성폭력에 대해 말할 생각입니다.

1993년경 종로의 술집에서 제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따로 있는데, 제 입이 더러워질까봐 차마 말하지 못하겠네요.

저뿐 아니라 그로 인해 괴롭힘을 당한 수많은 여성들에게 괴물의 제대로된 사과, 공식적인 사과와 반성을 원합니다. 그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시를 읽을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문단 내 성폭력을 조사하는 공식적인 기구가, 작가회의만 아니라 문화부 여성단체 법조계가 참여하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조사 및 재발방지위원회가 출범하기를 요청합니다.

여러분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이제 제게 괴물과 괴물을 비호하는 세력들과 싸울 약간의 힘이 생겼습니다. 문단 내 성폭력이 구시대의 유물로 남기를 바라며, 저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것입니다. 더 많은 여성들이 #Metoo 를 외치면, 세상이 변하지 않을까요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