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따라 한국지엠의 철수 여부와 자금 지원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지난 1월2일 영업실적을 공시한 내용을 보면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은 총 450만대로 2016년 대비 6.5% 감소했다. 자동차 판매량의 약 85%가 해외에서 창출되는데 해외 판매량이 34만대, 약 8.2% 감소하면서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영업이익률이 10%가 넘었는데,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4.8%까지 내려갔을 정도로 수익성이 많이 악화됐다.
![[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한국지엠의 과도하게 높은 매출원가율, 자세히 뜯어봐야](https://img.khan.co.kr/news/2018/02/25/l_2018022601002885100251871.jpg)
한국지엠의 경우 2014년부터 계속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0만원짜리 자동차 한 대를 팔면 200만원 넘게 남기다가 이제는 100만원도 못 남기는 상황이지만 한국지엠은 차를 팔아도 손해가 난다.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임차료 등 큰 금액의 고정비가 일정 수준으로 발생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판매액을 올리지 못한다면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다. 한국지엠은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해서 차입금으로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재무구조 역시 악화됐다. 보유한 현금은 2000억원 수준인데, 갚아야 할 차입금만 3조원에 육박한다.
공장 폐쇄로 인해 지역경제가 어려워지고, 부품업체까지 줄도산이 예상되기 때문에 철수만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한국지엠의 재무제표를 보면서 이를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3조원에 육박하는 차입금 전액이 GM 본사에 대한 것인데, 대출금리가 5%대라 이자비용만 1000억원이 넘는다. 또한 재무제표 주석에서 주요 약정사항을 찾아보면 GM으로부터 업무지원을 받고 용역비로 435억원을 내는 등 GM 본사로 빠져나가는 돈이 상당하다. 결국 회사는 적자의 늪에 빠져 있지만 이런 비용들은 고스란히 미국으로 송금되니 결국 남 좋은 일만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그러나 미국 GM 본사 및 한국지엠의 규모를 고려한다면 이런 이자비용과 용역비는 중요한 금액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이 부분보다 더 관심을 갖고 확인해야 하는 내용들이 많다.
자동차의 주요 원재료인 알루미늄, 구리, 플라스틱 등의 가격은 수년 동안 하락 추세다. 이 사실은 현대자동차의 사업보고서를 찾아보면 확인할 수 있는데, 현대자동차는 매출액 대비 원재료 사용액이 56% 수준이다. 한국지엠은 사업보고서 발행공시 의무가 없어서 자세한 원재료 사용액 정보를 확인할 수 없지만 현대자동차보다 비중이 높지 않을까 하는 의심부터 생긴다. 현대자동차의 매출원가율(매출원가/매출액)이 81%인 데 반해 한국지엠은 93%에 달하기 때문에 매출원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재료 사용액에 대한 의심이 가능하다. 한국지엠의 원가율이 높은 이유가 원재료를 매입할 때 비싸게 사와서 그런 것인지, 차를 싸게 팔기 때문에 매출액이 낮은 것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 한국지엠 매출액의 64%가 GM 관계사에 대한 것이므로 차값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한 한국지엠은 연간 6140억원의 연구비와 개발비를 사용했다고 공시했다. 5311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수준의 지출이 아닐 수 없다. 이 돈을 원래 GM 본사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연구·개발비를 이렇게 많이 부담시켜 놓고 그것에 대한 과실은 오롯이 GM 본사만 누리는 것은 아닌지 역시 확인해 봐야 한다.
한국지엠이 철수하는 것과 계속 사업을 하는 것 중 어느 안이 더 가치 있는 것인지 결정은 이렇게 손익구조와 운영방식을 한국지엠과 GM 본사 나란히 놓고 자세히 뜯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GM 본사는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야 할 것이고, 독립된 실사팀은 정확히 분석해서 실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