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지금, 한국 철수 시나리오를 가동하고 있나?

안호기 기자
베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 International)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국회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한국GM 대책 TF와 논의를 위해 원내대표 회의실에 앉아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베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 International)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국회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한국GM 대책 TF와 논의를 위해 원내대표 회의실에 앉아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이 한국지엠에 빌려준 돈에 대해 공장 부지를 담보로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지엠 이사회에서 최대주주인 GM은 공장 부지를 대출금 담보로 설정하는 안건을 올리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대주주인 산업은행 반대로 무산됐다. 잠시 미뤄뒀을 뿐 GM의 담보 설정 카드는 조만간 다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GM이 한국지엠에 부동산을 담보를 요구하는 것은 과거와 달라진 행태이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한국 철수를 염두에 둔 GM의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저평가된 한국지엠 부평공장 부지

한국지엠 부평공장 위치

한국지엠 부평공장 위치

GM이 담보로 설정하기를 원하는 공장 부지는 한국지엠 토지 중 규모가 가장 큰 부평공장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지엠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2016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부평공장 토지 장부금액은 6831억8300만원이다. GM이 이달 말 회수하기로 했다가 보류한 대출금은 7220억원이다. 얼핏 대출금보다 담보가 적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장부금액은 취득원가여서 10년 전과 같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위성사진

한국지엠 부평공장 위성사진

부평공장 토지 공시가격은 지난해 5월 기준 ㎡당 117만1000원이다. 전체 면적이 99만1740㎡(30만평)이니 공시가격만 1조1613억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의 60~70% 안팎임을 감안하면 실제 가치는 훨씬 크다. 인근 공장용지 평균 경매가격은 ㎡당 174만원이었다. 공장용지이기는 해도 부평공장은 북쪽만 공단이 있고 3면에 아파트가 들어선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평공장 가치가 2조원 안팎을 웃돌 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한국지엠 2016년 감사보고서

한국지엠 2016년 감사보고서

■10년간 자산재평가 안해 재무구조 악화

상장기업은 주기적으로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산가치를 산정하지만 비상장인 한국지엠은 그럴 필요가 없다. 부평공장 자산가치를 실제보다 훨씬 낮은 취득원가로 해도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다보니 부채는 늘어나도 자산은 그대로여서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밖에 없다. 만약 GM이 한국지엠의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보이려고 마음먹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양호한 상태를 만들 수도 있었다. 한국지엠은 GM 본사에서 자금을 빌리기 때문에 시중은행과 거래를 하지 않는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면 자산재평가를 통해 훨씬 낮은 금리조건을 적용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개별공시지가

한국지엠 개별공시지가

■대출금 규모를 웃도는 한국지엠 자산가치

GM은 한국지엠에 2012~2016년 연 5% 안팎의 고금리로 3조원가량을 대출해줬다. 지난해 만기가 된 1조1300억원 중 4000억원을 회수했고 7220억원은 만기를 연장했다. 당초 이달 말 회수하기로 했으나, 한국지엠 이사회에서 실사가 끝날 때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한국지엠은 여전히 GM에 3조원 가까운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2016년 감사보고서에 한국지엠의 자산은 토지 1조847억원, 건물 1조510억원, 기계장치 2조9084억원, 특수공구 3조1134억원 등 7조5000억원을 웃돈다. 토지는 취득원가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자산가치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우자동차 시절인 1985년 부평공장에서 생산정상화를 요구하면 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

대우자동차 시절인 1985년 부평공장에서 생산정상화를 요구하면 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

■한국 떠나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GM의 꼼수

공장 부지를 대출금의 담보로 설정하면, GM은 한국지엠 파산 시 공장 우선처분권을 갖는다. 최악의 경우 공장 매각대금을 챙겨 손해보지 않고 한국을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생기는 셈이다. 다만 공장 부지 담보 설정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지분 85% 이상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지분 17%를 보유한 산은이 반대하면 부결된다. 산은이 끝까지 담보 설정에 반대한다면 GM은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지엠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된 책임을 한국 정부와 산은에 떠넘길 수 있는 것이다.

대우자동차 시절인 2001년 부평공장에서 출고를 기다리는 자동차.

대우자동차 시절인 2001년 부평공장에서 출고를 기다리는 자동차.

GM이 한국지엠 대출금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할 경우에도 GM의 담보 설정 요구를 막기가 어려워진다. GM 지분이 많아져 산은 지분이 15% 아래로 줄어든다면 GM이 독자적으로 담보 설정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산은이 한국지엠 지원에 앞서 견제장치를 요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회사 정상화를 위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구조조정 기본 원칙에 따라 주주 채권자 노조 등 이해관계자 고통 분담 △장기적 지속 가능한 경영정상화 계획마련 등 3대 원칙을 주문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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