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피의자 조사 5번째 전직 대통령 “역사에서 마지막 돼야”
“다스·도곡동 땅 나와 무관”…뇌물 등 17개 혐의 대부분 부인
검, 조사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 방침…구속 불가피 전망
“참담”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서서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고 있다. 약 1년 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혐의로 같은 자리에 섰다. 피의자로 전락한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국격을 손상하는 일이지만 법은 만인에 평등하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14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2013년 2월 대통령에서 퇴임한 지 5년여 만이다. 그는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퇴임 후 검찰 조사를 받는 5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조사에서 뇌물수수 등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자신의 지시·관여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이날 오전 9시50분 시작해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대납과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등 110억원대 뇌물수수를 비롯해 다스에서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횡령·배임, 대통령으로서 다스 소송에 관여한 직권남용, 다수의 부동산을 차명 보유한 조세포탈 등 17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조사에서 전반적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를 인정하는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소유로 결론내린 다스에 대해 자신의 소유가 아니고 경영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날 오전 9시23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엄중할 때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며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에 대한 사과는 있었지만, 검찰 수사에 대해선 지난 1월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연장선에서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사는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이 다스 관련 의혹 전반에 대해 물은 뒤, 송경호 특수2부장이 뇌물수수 혐의를 신문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충분히 본인 입장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조만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 내에선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혐의액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점, 이미 구속된 공범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