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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표님께 드림

입력 2018.03.19 21:19

수정 2018.03.1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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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싱글벙글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말이다. 그는 미투 운동이 진보 쪽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진보의 문제라며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홍 대표야말로 걸어다니는 ‘성희롱 기계’처럼 보인다. 입만 열면 저질스럽고 불쾌한 말들이라, 나는 심지어 수치심까지 느낀다. “제1 야당 대표가 저런 수준이라니, 이 나라의 바닥은 도대체 어디인가.”

[직설]홍준표 대표님께 드림

그는 19대 대통령 선거를 ‘돼지 발정제 논란’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친구들끼리 강간 모의를 한 것을 젊은 시절 추억거리로 여기며 자서전에 쓴 것이 문제가 되었다. 강간은 범죄이기에 앞서 여성을 자율성과 존엄을 함부로 침해해서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치부하는 가부장제의 여성 지배가 드러나는 실천이다. 그리고 그런 실천은 “그리해도 괜찮다”는 남성연대의 허가하에 가능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들끼리 돼지 발정제 운운했다는 것은 청년의 치기가 아니라 성폭력 범죄의 사회적 조건 그 자체다.

설사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다 하더라도 2017년의 대한민국은 그런 시절을 살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는 끝내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다.

사실 그의 성희롱 어록을 보면 뭐가 문제인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성도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설거지나 빨래는 여자들이나 하는 일” “추미애, 집에 가서 애나 봐라” “바른정당, 본처라고 우겨도 첩은 첩일 뿐” “여자는 밤에나 쓰는 것” 등등.

그는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고, 여자의 일과 남자의 일은 명백하게 분리되어 있다는 낡은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그리고 말은 제대로 하자. 애나 보라니. 육아는 자기 배를 불리는 일에나 관심 있는 정치인들의 협잡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여성을 전인적인 존재이자 동료로 보지 않는 태도는 배현진 전 아나운서의 입당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배현진 신입 당원을 이렇게 소개했다.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라 속도 꽉 찼다.” ‘차떼기 정당’이라는 정치적 위기를 신선한 여성 정치인의 얼굴을 이용한 이미지 세탁으로 극복한 전력이 있는 정당에 어울리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배현진의 영입이 ‘이미지 정치용’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최악은 미투 운동을 농담거리와 정쟁의 도구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안희정(사건)이 임종석이 기획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라며 웃었다. ‘3월 혁명’이라 할 만한 미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물론 이는 2017년에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젠더폭력 간담회에 등장해서 “젠더폭력이 대체 뭐냐”라고 묻고 “엄처시하(엄한 아내 밑에서 아내를 모시고 사는 남편)” 운운했던 것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권력관계로서의 성(性)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이다. 옆에서 함께 실실거렸던 장제원 의원이나 웃음으로 넘긴 임종석 비서실장 모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홍 대표는 한국당에서 미투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한 모양이다. 아마 “입단속 잘하고 있다”는 만족감일 터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기사화된 한국당 성희롱, 성추행 타임라인을 정리한 ‘노컷뉴스’의 “왜 한국당은 미투를 두려워할까?”라는 기사만 봐도 한국당이 청정구역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한국당에서 미투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성은 물론 여성 의원들도 무엇이 성폭력인지 판단할 만큼 의식화되지 못했기 때문이고, 스스로 피해 사실에 대해 말할 만큼 주체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문제를 제기했을 때 당 및 지지자들로부터 처참하게 묵살당하거나 제거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가 특별히 더 저질인 것은 아니다. 다만 오만에 빠져 이 세상에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잊은 자의 고삐 풀린 입을 보여줄 뿐. 그리하여 나는 바라고 기대한다. 홍준표 당신이 누리고 있는 그 자리에서 내려올 때, 당신의 얼굴이 이 추잡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마지막 얼굴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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