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승, 육조단경 대법회’ 여는 참불선원장 각산 스님
보광·혜국·일오·영진·정찬 스님 등 삼고초려 이상 공들여
“부처·스승 소리 아닌 자신의 소리를 들어 본래 마음 보는 게 중요”
번잡한 서울 강남의 대치동에 전국 산사에서 수행해온 선승(禪僧)들이 모인다. 하나같이 벽암록의 한 구절처럼 ‘쇠로 된 나무에서 꽃을 피워’(철수개화·鐵樹開花) 낼 정도로 참선수행 중인 수행자들이다.
수행자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선승, 육조단경 대법회’다. 대법회는 대치동에 있는 ‘세계명상센터 참불선원’이 마련한 것으로, 19일부터 26일까지 참불선원에서 열린다.
‘육조단경(六祖壇經)’은 선종의 맥을 잇는 제6조 혜능선사(638~713)의 법문집이다. ‘금강경’ 독송 소리를 듣고 승가로 들어선 중국 혜능선사의 구도와 깨달음 과정, 법어 등이 기록됐다. 부처의 법어가 아닌 한 선사의 법문집이지만 경전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만큼 중국·한국 불교 선맥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방증이다. 선불교인 한국불교에선 대표적인 수행지침서다. 달마선사로 시작된 선맥의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旨人心 見性成佛)’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이심전심(以心傳心)’ 등이 핵심이다. 특히 ‘네가 곧 부처’, 즉 모두가 본래 불성을 가졌으니 선수행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요지가 유명하다.
이번 육조단경 대법회에서는 내로라하는 선수행자들이 저마다의 깨달음을 통해 육조단경을 법문으로 풀어낸다. 속세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해인사 희랑대 조실 보광 스님을 비롯해 석종사 조실 혜국 스님, 내소사 선덕 일오 스님, 백담사 무금선원 유나 영진 스님, 대흥사 동국선원 유나 정찬 스님이다. 참불선원 선원장 각산 스님도 나선다. 스님들은 법회 기간 중 하루씩을 맡아 법상에 오른다(일오 스님은 22~23일 이틀을 맡았다).
‘숲속의 대선사, 강남에 나타나다’란 부제가 붙은 대법회는 산중에 보석처럼 박혀있는 스님들을 대중법문에 나서게 하고, 주제 또한 육조단경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보배 같은 법상’을 마련한 참불선원장 각산 스님(58)을 지난 6일 만났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행한 뒤 5년 전 경남 진주에서 올라와 명상센터인 참불선원을 세우고, 세계적 고승들이 참여한 ‘세계 명상대전’을 열고, ‘명상 힐링캠프’ 등의 활동으로 주목받는 스님이다.
“제 경험으로 삶을 바꿀 수 있는 선명상의 핵심이 육조단경에 있어요. 그 육조단경을 진짜 수행승들로부터 듣고자 했죠. 이 시대, 지금 여기의 우리들이 육조단경을 제대로 해독하는 선승들의 법문을 통해 지혜와 통찰을 얻어 선을 제대로 알자는 것이죠.” 스님은 “선이야말로 현대인의 삶을 바꿔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며 “더 많은 이들이 참 행복으로 가는 길에 동참하도록 법회는 무료로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사실 내로라하는 스님들을 한자리에 부르기는 쉽지 않다. ‘삼고초려’를 했을까. “삼고초려보다 더 했죠. 5년을 공들인 분도, 법거량으로 겨우 모신 분도 있고…. 결국 모시지 못한 분도 있어요. 누구나 무슨 일을 하듯 지성이면 감천이죠, 허허.”
명상을 향한 관심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적인 현상이다. 물질적 풍요 속이지만 정신적 허기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1970년대 요가수행을 시작으로 다양한 이름, 방식으로 확산 중이다. 각산 스님은 “참불선원도 해마다 2배씩 정도 참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마음이 모아져 참불선원은 최근 공간을 확장했고, 오는 13일 개원 5주년기념법회도 연다.
스님은 “모든 것의 근본은 마음이죠. 그것을 알아차렸기에 명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고. 선, 명상수행은 자신의 마음을 보는 겁니다. 팔만대장경이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있어요. 스스로의 본래 마음자리를 보면 참 행복의 이치를 깨달아 행복한 삶, 인생을 가꿀 수 있죠. 바로 직지인심 견성성불.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나타나니 명상에 관심이 더 높아지는 것입니다. 늘 얘기하지만 어려운 게 아니라 누구나 가능하죠.”
각산 스님은 “다만 명상 입문단계에서는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스승(도사), 함께하는 도반, 적절한 도량의 ‘3도’가 필요하지만 내공이 쌓이면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상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스님은 “존중은 하되 맹목적으로 믿지는 말라”며 “결국은 부처님 소리도, 스승의 소리도, 그 누구의 소리도 아닌 자신의 소리를 들어 본래 마음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법회든, 참불선원 일이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억지로가 아니라 인연대로 이뤄지는 게 일”이라는 각산 스님. 내년에는 금강경대법회를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