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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선배’ ‘안경 앵커’···안경 쓴 그녀들이 화제가 되는 시대

입력 2018.04.12 17:12

수정 2018.04.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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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영미~~’

안경을 쓰고 컬링장을 주름잡은 ‘안경 선배’가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로 등극한 ‘안경 선배’의 뿔테 안경은 컬링 국가대표 선수의 카리스마 넘치고 친근한 이미지 구축에 한몫을 했다. 그런데 똑같은 안경이 차별 받기도 한다. 특히 방송사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여자 앵커가 쓰는 안경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여자컬링에서 ‘안경 선배’로 불린 한국팀 김은정 선수. 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여자컬링에서 ‘안경 선배’로 불린 한국팀 김은정 선수. 연합뉴스

■안경만 썼을 뿐인데 화제라니

MBC 아침 뉴스 <뉴스투데이>의 임현주 앵커는 12일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했다. 방송이 나간 후 ‘안경 쓴 여자 앵커’는 곧바로 화제가 됐다. 오랜 금기를 깼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MBC는 물론이고 KBS, SBS 등 지상파 뉴스에서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한 고정 여자 앵커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 앵커들이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안경을 쓰는 것과 달리 여자 앵커들은 진한 화장과 몸매가 드러나는 옷차림 등 정형화된 모습을 보여왔다. 방송계 안팎에서 여자 앵커, 아나운서, MC들의 옷차림 등 고정된 이미지에대한 비판이 제기돼 왔지만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MBC 아침 뉴스 <뉴스투데이>의 임현주 앵커. 방송화면 캡처

MBC 아침 뉴스 <뉴스투데이>의 임현주 앵커. 방송화면 캡처

임현주 앵커가 이날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한 것은 개인적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도 담겨있다. 임 앵커는 방송이 끝난 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늘 의문은 들었다. 남자 앵커들은 안경을 끼는 게 자유로운데, 그럼 여자도 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 앵커들도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할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다. 보면서 신선하든, 낯설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뉴스나 일기예보, 스포츠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자 앵커와 MC들의 옷차림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역할 면에서도 여자 앵커나 MC가 남자 진행자의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예가 빈번했다. 최근 몇년 사이 여자 앵커의 단독 진행이나 남자 진행자와 비중을 같이하는 역할 재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양성평등을 넘어 성평등을 지향하는 시대적 흐름에 못미친다는 평가다. 여자 앵커나 기상캐스터, 진행자에게 암묵적으로 강요되는 특정한 이미지, 선정적으로 대상화하는 모습은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공효진이 기상캐스터로 등장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 SBS 자료사진

공효진이 기상캐스터로 등장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 SBS 자료사진

■드라마로도 풍자된 일기예보 캐스터

일기예보를 하는 여자 기상캐스터의 옷차림이 대표적이다. 시청자에겐 몸에 꽉낀 의상으로 가슴과 엉덩이, 잘록한 허리를 드러낸 모습이 익숙하다. 공효진이 기상캐스터로 나온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은 이러한 모습을 풍자하기도 했다. “엉덩이 더 빼고” “가슴 더 내밀고”…. 드라마 속에서 제작진의 주문에 따라 최대한 몸매를 드러내며 일기예보 한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드라마 방송 당시 기상캐스터를 비하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효진은 “적나라하기도 하고, 과장되기도 하고, 숨긴 것도 있다. 모든 직군에는 고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상캐스터는 여성이 한다는 고정관념도 문제다. 국내에서 남자 기상캐스터는 YTN의 김수현 기상캐스터가 유일하다. 남자들 입장에서는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BBC 방송의 날씨예보. 방송화면 캡처

BBC 방송의 날씨예보. 방송화면 캡처

BBC 방송에서는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 기상캐스터가 일기예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해외 방송에서도 여성 방송인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장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간의 잘못된 관행이나 고정된 모습에서 벗어나 남자 기상캐스터나 장애인, 중년 여성 등 다양성과 전문성에 무게를 둔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영미 신드롬’이 일어났을 당시 한편에서 ‘안경 선배’ 덕분에 안경 쓴 여성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나 제약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의견이나왔다. 여자 앵커가 안경 쓰고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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