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다 할 수 없을 때, 꼬집어 말할 수 없을 때 참 유용한 것이 바로 퍼포먼스죠. 폐부를 찌르기도,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하고 때로는 뛰어난 통찰력에 보는 이를 웃게 하기도 합니다. 물론 거기에는 쓴웃음도 포함이지요.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퍼포먼스를 쉽게 볼 수 있다는 건 다행인 걸까요, 불행인 걸까요. 최근 들어 당신이 본, 혹은 못 본 퍼포먼스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 같은 ‘박터뜨리기’, 다른 느낌
오늘의 베스트는 아무래도 한국당이 아닐까 합니다. 드루킹 관련 ‘댓글 공작’을 비판하고 싶어 박터뜨리기를 차용했는데, 우비를 입어서 인지 운동회 ‘백군’이 떠오릅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누가 내는 걸까요?.
아래 사진은 지구의 날을 맞아 열린 미세먼지 털기 퍼포먼스입니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서 이뤄진 같은 박터뜨리기인데 느낌은 참~다릅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민주당원 댓글공작 규탄 및 특검촉구대회에서 박 터뜨리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지구의 날 기념 행사에 참가자들이 미세먼지 털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청와대, 풍선, 연기…
이 장면 역시 댓글공작을 규탄하는 의미로 한국당이 지난 16일 선보인 퍼포먼스인데요, ‘다 불살라버리겠다…’그런 의미일까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댓글공작 등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투표권 주세요~
국회에서는 생각보다 참 많은 퍼포먼스들이 펼쳐집니다. 교복을 입고 ‘아저씨’들이 외칩니다. “선거연령 낮춰주세요 ~”
교복을 입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윤후덕(오른쪽), 무소속 이용호 의원(왼쪽)등이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공직선거법 개정안 4월 통과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최저임금도 못 주면서…
‘최저임금 도둑기업 발표’ 회견장엔 컵라면 뚜껑이 동원됐습니다. 컵라면에 아로새긴 ‘뺏긴돈 되찾자’가 더 애잔하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요.
17일 오전 서울 중구 경향신문빌딩에서 열린 최저임금 도둑기업 발표 및 4.21 최저임금 행진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최저임금을 빼앗고 있다는 내용의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지워서 없어진다면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공정선거지원단 발대식’에서 선보인 퍼포먼스입니다. 컬링 붐이 일었듯 공정선거의 붐이 일기를 소망하는 의미를 담았겠죠?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정선거지원단 발대식’이 열린 17일 오전 대전시 서구 통계교육원 대강당에서 대전·세종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비방·흑색선전’이라고 쓰인 글씨를 지우는 ‘공명선거 기원 컬링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백마디 말보다…
퍼포먼스엔 눈물도 있습니다. 그 어떤 말보다 가슴에 와 닿는 장면입니다.
‘관중들에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관념이나 내용을 신체 그 자체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예술 행위’라는 퍼포먼스의 사전적 정의가 다시금 떠오릅니다.
장애인의날을 이틀 앞둔 18일 오후 제주벤처마루 앞마당에서 열린 ‘420장애인 문화제’에서 행위예술가 유이연씨의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감수성’이란 제목의 이 퍼포먼스는 장애인으로서 감수해야 했던 삶의 눈물을 세상 밖으로 내던져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합뉴스